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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떡고물로는 한계 기술력으로 내수 그릇 키워야

대기업 떡고물로는 한계 기술력으로 내수 그릇 키워야

Posted August. 04, 2010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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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경제 선순환 구조

1997년 외환위기 이전만 해도 수출이 잘되면 그 효과가 산업 전반에 넘쳐흘렀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1970년부터 외환위기 이전까지 수출과 내수의 상관관계는 0.98이었다. 1에 가까울수록 수출과 비례해 내수도 는다는 의미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비례관계가 깨지기 시작했다. 19982005년 수출은 연평균 11.6% 늘었지만 내수는 0.02% 감소했다. 올해 2분기에도 수출은 전분기보다 7.1% 늘었지만 내수는 1.4% 증가에 그쳤다. 수출 산업은 대규모 자본과 시설이 필요하기 때문에 주로 대기업이, 내수 산업은 주로 중소기업이 담당한다. 경제 선순환 구조가 깨지면서 중소기업이 가장 큰 타격을 입게 된 것.

경제 선순환 고리가 약해진 현상은 우선 투자에서 감지된다. 2005년 삼성전자는 1억300만 대의 휴대전화를 생산했는데, 이 중 75%인 7700만 대를 경북 구미공장에서 생산했다. 이후 생산량은 2007년 1억6100만 대, 지난해 2억2700만 대로 늘었지만 국내 생산 비중은 같은 기간 52%, 22%로 줄었다. 대기업의 투자가 해외로 새나가고 있는 것이다.

고용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대기업의 국내 투자는 주로 자동화설비와 정보기술(IT)에 투자하다보니 매출 증가액만큼 고용이 늘지 않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07년 기준 IT제조업의 취업유발계수는 5.7로 제조업 평균(9.2)을 밑돌고 있다. 예를 들어 자동차를 10억 원어치를 생산하면 10명 일자리가 생기지만 IT 제조업은 10억 원어치를 생산해도 약 6명 일자리가 느는데 그친다.

해법은 기술형 중소기업

기술력이 있는 중소기업이 부족하면 대기업이 아무리 투자를 늘려도 그 과실은 선진국의 중소기업이 따먹게 된다.국내 디스플레이업계는 올해 8조2000억 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지만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 생산 장비를 포함한 핵심 부품은 대부분 일본에서 수입한다. 국내 전자업계 관계자는 품질을 따지다보면 아무래도 독일이나 일본 부품을 사 올 수밖에 없다며 반도체의 핵심 부품의 경우 전량을 해외에서 수입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기업들이 국산 부품을 사용한 비율은 70.1%. 한국 수출을 이끄는 휴대전화, 전자, 통신기기 등 정보기술(IT) 제품은 국내 부품 비중이 43.6%에 불과했다. 정유훈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수출 대기업이 부품을 국내에서 조달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국내 중소기업의 기술력을 높일 수밖에 없다며 중소기업이 대기업의 단순 하청관계에서 벗어나 협력회사라는 대등한 관계로 성장하기 위해서도 기술력이 필수라고 말했다. 산업기술진흥협회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설립 10년차 자체 연구소를 둔 중소기업 835개 중 7개 기업(0.8%)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는데, 이는 일반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는 비율(0.1%)에 비해 8배나 높다.

하지만 국내 중소기업 현실은 열악하다. 중소기업은 우선 기술 개발을 위한 인재를 구할 수 없다. 대전에서 자동차 부품을 만드는 B 중소기업 사장은 해외 영업으로 활로를 넓히려 해도 영어와 마케팅 능력을 갖춘 인재를 도저히 뽑을 수가 없다며 사회의 모든 시스템과 모든 구성원의 인식이 대기업 위주로 고착돼있는 곳이 한국이라고 말했다.

이익이 남으면 기술개발에 투자하려는 중소기업의 노력도 부족했다. 올해 7월을 기준으로 대기업 38.8%가 연구개발(R&D) 연구소를 갖고 있지만 중소기업은 0.6%만 연구소를 뒀다. 중소기업이 당장 내일의 생존에만 신경을 쓰지 미래를 위한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30년 전 일본의 교훈

일본은 1980년대 중반까지 대기업을 정점으로 1, 2, 3차 협력업체로 이어지는 피라미드형 계약 체제가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1980년대 중반부터 엔화 가치가 높아지면서 일본 대기업들이 해외로 생산거점을 옮기고 해외 부품을 사들이기 시작하면서 일본 중소기업들은 설 자리를 잃었다. 현재 한국과 흡사한 모습이었다.

일본 정부는 1999년 기존의 중소기업기본법을 전면 개정하면서 녹색기술 같은 신성장 분야에서 중소기업을 집중 지원하도록 했다. 개정법은 중소기업의 기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기술 개발 시 교육비를 지원하고 조세를 감면하는 파격적인 혜택을 줬다.

민간기업 차원에서 중소기업의 기술 개발을 지원하는 협력 구조도 잘 짜여져 있다. 일본 가나가와() 현 후지사와() 시 기업가들이 중심이 된 쇼난 사업가포럼은 쇼난 공대와 협력해 우주 관련 인재를 육성하고 이러한 인재를 우주산업 기술력을 보유한 중소기업에 소개해준다.

싱가포르는 정부 차원에서 녹색 기술 분야 경제 산출액의 절반을 2015년까지 중소기업으로 채우기로 했다. 이는 신성장 분야인 녹색 기술의 빠른 혁신 속도가 대기업보다 민첩하고 유연한 중소기업에 적절하다는 판단 때문. 싱가포르 경제개발청(EDB)는 녹색 기술 집약형 중소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지난해 7개의 중소기업에 350만 싱가포르 달러를 지원하고 2030년 완공을 목표로 난양공업대학 인근에 50만m 규모의 친환경 비즈니스 단지를 구축해 관련 분야 중소기업의 활동을 돕기로 했다.

허대식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모든 중소기업을 끌고 가는 정책을 버리고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을 정부와 대기업이 파격적으로 키워주도록 중소기업 정책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박형준 정혜진 lovesong@donga.com hye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