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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공존을 향해 (일)

Posted July. 20, 2010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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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팀은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나은영 교수(사회심리학)에게 자문해 집단적 무지(Pluralistic Ignorance) 허위사실에 대한 반응 앵커링(Anchoring닻 내리기) 효과 등 3가지 영역에서 프레임 측정 실험을 진행했다. 14일 본보 대학생 인턴기자 21명을 대상으로 1차 실험을, 16일 광화문에서 근무하는 회사원 21명을 대상으로 2차 실험을 했다. 1, 2차 실험에서 참가자들은 A, B조로 나눠 세부적으로 다른 질문을 받았다.

실제 차이 vs 상상속의 차이

거리에서 여대생이 담배를 피우는 것에 대해 대학생과 기성세대는 각각 어떻게 생각할까. 보통 이렇게 짐작할 것이다. 대학생들은 그게 뭐 어때?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기성세대들은 눈살을 찌푸릴 거라고.

실제로 실험 참가자들의 답변을 받아봤더니 프레임은 깨졌다. 대학생과 기성세대 모두 여대생 거리 흡연에 부정적이었다. 부정적인 정도의 차이도 크지 않았다.

하지만 대학생들은 기성세대는 나보다 훨씬 더 부정적일 것으로 추측했다. 마찬가지로 회사원들은 대학생들은 관용적일 것이라고 짐작했다. 대학생들과 회사원들은 여대생 거리흡연과 관련해 고정된 프레임을 통해 상대방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 같은 현상을 집단적 무지라고 한다. 쟁점에 대한 다른 집단의 의견을 잘못 추측하는 현상이다. 서로 의견 교환을 하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

경북대 박정순 교수는 1990년대 초 대구와 광주 시민에게 각각 당신 이웃사람들이 상대 지역민을 어떻게 생각한다고 보나 하는 질문을 던졌다. 응답자들은 이웃의 지역적 배타성이 실제 조사 결과보다 2배 이상 더 강할 것이라고 짐작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경상도 사람은 전라도 사람을 싫어한다는 프레임으로 이웃을 본 것이다.

전자는 세대간 차이에 대한 프레임이다. 후자는 지역감정에 대한 프레임이다. 인식 차에 대한 잘못된 프레임은 집단간 거리감을 키우며 통합을 저해한다. 나아가 증오를 부추기기도 한다. 나 교수는 두 집단의 실제 의견 차이는 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서로 추측한 상상속의 의견 차이가 커지게 되면 불필요한 갈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거짓사실을 믿다

실험을 위해 만들어진 허위사실 두 가지를 실험 참가자들에게 제시한 뒤 이 소식을 접한 뒤 드는 생각을 자유롭게 적어 달라고 요청했다. 연예계 관련 허위사실로는 여자 연예인 A가 양다리를 걸친 남자 연예인 B, C와 같은 드라마에 캐스팅됐다는 내용이었다. 사회문제 관련 허위사실로 검찰이 최근 대기업 오너의 비자금 수사를 위해 계좌추적을 하는 과정에서 오너의 아들과 여자 연예인 A 씨의 스폰서 관계를 발견했다. 이를 취재한 인터넷 매체가 관련보도를 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광고를 유치해 문제가 됐다는 내용을 제시했다.

양다리 허위사실을 접한 응답자들은 대부분 공인답게 행동을 더 잘했으면 좋겠다 등 바로 믿어버리거나 분노하는 반응을 보였다. 전체 응답자 42명 중 대학생 3명만이 사실 확인의 필요성을 인식했다.

비자금 허위사실에서도 사실 확인보다 일반 시민들이 모르는 일들은 세상에 너무 많다 돈만 있으면 범죄를 저질러도 입막음 되는 세상이라며 분노했다.

인터넷의 신속성, 익명성에 힘입어 가짜 사실이 순식간에 퍼져 나가는 일이 빈번히 벌어진다. 특히 선거 때마다 흑색선전은 위력을 발휘한다. 지난 대선 당시 BBK 사건도 대표적인 사례. 사실이 밝혀지는 것은 대개 선거가 끝난 뒤다.

제도권 언론이 거들기도 한다. 공영방송 MBC가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면 광우병 걸린다는 잘못된 정보를 생산해내자 공포와 분노는 급속히 확산됐고 밤마다 서울 도심이 점거되는 시위가 한 달 이상 계속됐다.

첫 정보에 얽매이다

대학생, 일반인 실험 참가자 A조에는 현재 이명박 정부에서 장차관급 이상 공무원 중 영남 출신은 50% 정도다. 당신은 고위공무원(부이사관급 이상)의 몇 %가 영남 출신이라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었다. B조에는 처음에 제시하는 숫자 50%를 30%로 바꿔 질문했다.

각 조에 50%와 30%라는 각기 다른 정보를 준 것이다. 응답 결과는 흥미로웠다. 50%라는 정보를 들은 대학생들은 영남 출신 고위공무원 비율을 55%로, 일반인들은 평균 51%라고 추정했다. 30%라는 정보를 들은 대학생들은 평균 39.5%, 일반인들은 평균 39.1%로 추정했다.

처음 제시된 정보가 기준점이 돼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앵커링 효과라고 한다. 사람의 심리에는 처음 접한 정보의 테두리 안에 쉽게 갇히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광우병 파동이 시작되자 뭔가 안 좋고 위험하니까 방송이 그랬겠지라는 의심이 쉬 수그러들지 않은 것도 일종의 앵커링 효과다.

누구도 자유롭지 못한 프레임

특별히 편견이 심한 사람들이 아닌, 일반 사람들을 대상으로 해도 이 같은 실험을 하면 비슷한 결과가 나온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나 교수는 아무리 객관적인 태도를 유지하려고 해도 사람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기존 생각의 틀을 벗어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특히 한국 사회는 각자의 프레임에 따라 보고 싶은 것만 보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사회 갈등이 심화된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한국에서는 정치권이 프레임이라는 도구를 정치 목적을 위해 빈번히 활용한다. 고소영 내각 퍼주기 부자 감세 친북 등 자극적인 꼬리표를 붙여 경쟁세력을 특정한 방향으로 프레임화하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물론 다른 나라에서도 정치세력은 자신을 긍정적으로, 경쟁정당을 부정적으로 프레임화 한다. 그렇지만 정치공학에 기반한 한국 정치권의 프레임 남발은 과도하며, 한국 사회를 더욱 틀에 갇힌 사회로 옥죄고 있다는 지적이다.



조이영 정세진 lycho@donga.com mint4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