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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무 감독 16강전 출사표

Posted June. 26, 2010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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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전을 앞둔 장수의 입에서 다시 사자성어가 나왔다.

이번에는 결초보은()이다. 26일 우루과이와의 남아공 월드컵 16강전을 앞둔 허정무 대표팀 감독 얘기다.

허 감독은 24일 팀 훈련에 앞서 16강에 오른 건 혼자 힘만으로 된 게 아니다. 그동안 밤새 열심히 응원해 준 국민들은 물론 선수들을 길러준 부모님의 사랑에 보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어느 정도 목표를 달성했다고 방심하거나 나태해지는 것을 막고 선수들에게 더 높은 동기 부여를 하기 위해서 떠올린 말이라고 덧붙였다. 주위의 성원과 기대에 부응하려면 아직 마음을 놓을 때가 아니라는 사실을 강조한 것이다.

허 감독은 평소 중요한 시점마다 절묘한 사자성어를 통해 의중을 전달했다. 1월 3일 새해 첫 훈련을 마친 뒤에는 호시탐탐()과 호시우보()로 신년 각오를 밝혔다. 호시탐탐은 호랑이가 눈을 부릅뜨고 먹이를 노려본다는 의미이며 호시우보는 호랑이처럼 예리한 판단력과 소처럼 신중한 발걸음이라는 뜻. 범의 해에 열리는 월드컵을 준비하는 결연한 심정을 호랑이에 빗댔다.

이번 월드컵에서 16강 진출의 최대 고비였던 나이지리아와의 조별리그 최종 3차전을 앞두고 밥 지을 솥을 깨뜨리고 돌아갈 때 타고 갈 배를 가라앉힌다는 파부침주()의 고사를 들었다. SK 최태원 회장도 연초에 언급했던 말로 결사항전의 의지를 드러냈다.

허 감독은 간단하면서 뜻을 전달하기 쉬운 게 사자성어라며 어떤 메시지가 좋을지 항상 준비와 고민을 한다고 설명했다. 허 감독의 연세대 74학번 동기인 프로농구 SK 신선우 감독은 정무는 학창 시절부터 책을 많이 읽어 박학다식하다. 아마 4단의 바둑 실력으로 고사에도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허 감독은 8강으로 가는 길목에서 보은을 말했다. 대표팀 주장 박지성은 1999년 무명이던 명지대 시절 당시 올림픽대표팀 사령탑이던 허 감독의 눈에 띄어 대스타로 성장할 기회를 잡았다. 허 감독을 은인으로 여기는 박지성을 비롯한 23명의 태극전사들은 저마다 가슴속에 누군가 고마움의 대상을 떠올릴 것이다. 그들이 남아공의 잔디밭을 누비며 은혜에 보답할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신진우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