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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김정일, 대외 도발로 내정 실패 덮지 못 한다

[사설] 김정일, 대외 도발로 내정 실패 덮지 못 한다

Posted June. 16, 2010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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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집권세력은 한사코 폐쇄사회를 고수하고 있지만 2400만 주민들의 입을 완벽하게 틀어막을 수는 없다. 탈북자, 중국 방문자, 용감한 일부 주민들이 북한의 참혹한 실상을 속속 외부세계에 전하고 있다. 대북 인권단체 좋은 이웃이 14일 공개한 북한 당국의 식량공급 중단 조치는 올 들어 식량사정이 극도로 악화됐음을 확인하기에 충분하다.

북한 당국은 지난달 26일 어려워진 식량 사정으로 국가에서 더 이상 어떤 조치도 취할 수 없게 됐다며 그동안 식량을 배급받아온 주민들은 알아서 식량을 구하고 당 내각 국가보위부 등 관련기관들은 부문별로 자력갱생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국가책임 포기 고백인 셈이다. 2012년 강성대국을 건설하겠다고 장담하던 김정일 집단이 이런 극단적 조치를 취했다니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짐작된다. 좋은 이웃은 북한 노동당 간부들도 식량공급 포기를 대사변이라고 하면서 동요하고 있다고 전했다.

올 들어 신의주 청진을 비롯한 각지에서 아사자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작년 말 강행된 화폐개혁은 주민들의 경제적 고통을 가중시켰다. 올 1월 북한이 폐쇄한 장마당을 전면 허용하는 비상조치를 동원했지만 그런 조치로 위기를 넘길 수 있다면 북한은 애초부터 식량난을 겪지 않았을 것이다.

올해 북한의 식량 부족분은 110만t으로 추정된다. 대규모 아사위기를 넘기려면 외부 지원을 받지 않을 수 없다. 그러자면 내부 불안을 외부 탓으로 돌리는 시대착오적 대결정책부터 포기해야 한다. 북한은 천안함 폭침 도발을 부인하면서 유엔 안보리에서 외교 공세를 벌이고 있다. 천안함의 진실을 잘 알고 있는 국제사회가 북한의 뻔뻔스러운 거짓말에 넘어갈 가능성은 희박하다. 김정일 집단의 억지는 북한 주민을 딱하게 여기는 남한과 국제사회의 인도적 배려마저 가로막을 뿐이다.

북한 당국은 집에서 사용하는 톱과 9cm가 넘는 칼을 흉기로 간주해 몰수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좋은 이웃은 전했다. 경제난이 더욱 악화되면서 주민들의 동요가 확산될 것으로 보고 불안해하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공공장소에서 정부를 도둑이라고 비난할 정도로 북한 주민들의 반감이 심하다고 보도했다. 김정일 집단은 주민을 먹여 살리는 기본적인 책임을 외면하면서 외부 세계를 향해 으르렁거릴수록 체제 파멸을 앞당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