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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MB 연설의 원칙과 감동

Posted June. 15, 2010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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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영국 보수당 전당대회에서 마거릿 대처 총리는 숙녀는 방향을 바꾸지 않습니다라는 연설을 했다. 대처리즘에 대한 비판여론이 거세지고 있을 때였다. 자유주의 정책을 굽히지 않겠다는 영국 정부의 단호한 의지를 표명한 것이었다. 역사의 주요 장면마다 시대정신을 대변하고, 역사의 흐름을 바꿔놓은 명연설이 있었다. 마틴 루서 킹 목사는 1963년 워싱턴의 뙤약볕 아래 링컨 기념관 앞에서 나에게 꿈이 있습니다(I Have a Dream)라는 연설로 흑인운동의 역사를 바꿨다.

데이비드 V. J. 벨이 정치란 담화다라고 정의했듯이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수단은 언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의 정계원로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총리는 정치는 형용사가 아니라 동사라고 했다. 정치언어가 단순한 미사여구가 아니라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힘을 갖기 위해서는 정책추진 의지를 담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2008년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그래, 우린 할 수 있다!(Yes, we can!)라는 말로 이라크전과 불황에 지친 미국인을 사로잡았다.

이명박 대통령은 어제 정례 라디오인터넷 연설에서 62지방선거 패배로 확인된 민심의 변화 욕구를 수용하면서도 국정운영의 기본원칙을 지켜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이 추구해야 할 가치와 정체성, 비전에 입각한 국정기조는 확고히 유지해 나가겠다면서 안보는 정쟁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와 내각의 효율적 개편, 젊은 세대와의 소통 강화, 중도실용정책의 실효성 제고도 이야기했다. 화려한 레토릭이 꼭 좋은 것은 아니지만 감동적 요소가 부족하다는 촌평이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나온다.

기업에서는 일 잘하는 사람은 높은 평가를 받는 반면에 정치세계와 달리 말 잘하는 사람에 대한 점수는 낮다. 이 대통령이 기업에서 오래 일한 탓인지 지나치게 실용적 혹은 사무적(Businesslike)으로 말하는 바람에 감동할 준비를 했던 참석자들이 썰렁해지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 참석자들의 경험담이다. 정치에선 업적을 만드는 일 못지않게 상징을 통해 뭉클한 감동을 줘야 사람을 움직일 수 있다.

박 성 원 논설위원 sw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