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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하는 허정무 vs 껴안는 마라도나

Posted June. 15, 2010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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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 만이다. 한국 허정무 감독(55)과 아르헨티나 디에고 마라도나 감독(50). 둘은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선수로 만난 뒤 24년 만에 사령탑으로서 다시 맞대결을 펼친다.

한국은 17일 오후 8시 30분 요하네스버그의 사커시티 스타디움에서 아르헨티나와 남아공 월드컵 B조 조별 리그 2차전을 갖는다. 1차전에서 이긴 양 팀 감독이 조 1위 자리를 놓고 겨루는 자리이기에 그 결과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특히 두 감독 모두 시련을 이기고 특유의 리더십으로 팀을 이끌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허정무, 소통과 긍정의 리더십

허 감독은 2007년 12월 대표팀 감독을 맡았을 때 기대보다 우려가 많았다. 진돗개라는 별명이 말해주듯 고집스럽고 절대 자기 스타일을 굽히지 않기로 유명했다. 철저하게 지시형 지도자였다. 1998년 올림픽 및 대표팀 감독에 올랐지만 2000년 시드니 올림픽과 그해 아시안컵에서 성적 부진으로 밀려났다.

대표팀 감독 취임 뒤에도 허 감독의 스타일은 변하지 않았다. 예전 스타일대로 대표팀을 운영했다. 선수단에서도 허 감독은 다소 권위적인 모습으로 비치기도 했다. 이러한 방식이 효과를 얻지 못하자 허 감독은 과감하게 자신의 스타일을 버렸다. 그리고 소통과 긍정, 화합을 강조했다.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주장을 맡은 뒤 허 감독은 박지성과 대화를 많이 하면서 선수들의 요구사항을 파악하고 반영했다. 예전에 지시만 내렸던 방식 대신 소통의 카드를 선택했다. 선수들끼리 허심탄회하게 대화 할 시간을 주기도 했다. 이영표(알 힐랄)는 오스트리아 전지훈련 때부터 선수들끼리 대화를 유도하셨다. 이제는 두세 명만 모여도 경기에 대한 생각을 자유롭게 나눈다고 말했다. 허 감독이 읽는 책에서도 변화를 느낄 수 있다. 1월 남아공 전지훈련 때는 긍정이 걸작을 만든다는 책을 읽으며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선수들에게 주지시켰다. 오스트리아 전지훈련 때는 친화 리더십을 다룬 따뜻한 카리스마를 읽었다. 소통과 긍정의 힘으로 끈끈한 단합을 가능하게 했다.

마라도나, 친형처럼 스킨십 리더십

마라도나 감독은 허 감독보다 1년 늦은 2008년 10월 아르헨티나 사령탑에 부임했다. 현역 시절 선수로서는 화려했지만 감독은 처음이었다.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100여 명의 선수들을 불러 기량을 점검하며 열의를 불태웠지만 성적은 좋지 못했다. 월드컵 남미 예선에서 기대 이하의 부진(8승 4무 6패)으로 4위에 오르며 턱걸이로 본선 직행에 성공했다. 마라도나 감독에게 자격 시비가 붙은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취재진을 폭행하는 등 잇따른 기행으로 언론의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논란에도 마라도나 감독은 12일 월드컵 본선 첫 상대인 나이지리아를 1-0으로 이기며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다. 자격 시비 논란도 어느새 사라졌다. 특히 모래알 같은 아르헨티나의 조직력은 마라도나 감독 밑으로 하나로 뭉쳤다. 마라도나는 특유의 친화력으로 선수들에게 감독이 아닌 형님으로서 다가간 것이다.

남아공에서 아르헨티나가 훈련할 때 마라도나 감독은 잠시도 쉴 틈 없이 뛰거나 걷는다. 선수들이 미니 게임에서 골을 넣으면 박수를 치며 껴안는다. 호루라기를 목에 메고 직접 심판 역할도 맡는다. 선수들이 음료수를 마시고 싶어 하면 직접 아이스박스로 뛰어가 음료수를 건네주기도 한다. 프리킥 훈련 때는 자신이 직접 공을 차 보이기도 한다. 훈련이 끝난 뒤에는 선수들 곁으로 가서 하나하나 껴안고 격려의 말을 해준다. 아르헨티나 선수들은 이러한 마라도나 감독의 열정과 친화력에 하나로 똘똘 뭉쳤다.



김동욱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