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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선생님? 꿈을 나누는 전도사! (일)

Posted June. 10, 2010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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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난에 나오는 포비랑 똑같네. 아니야, 둘리 희동이랑 닮았어.

깔깔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초등학생들이 김규태 씨(25서울시립대 법학과 2학년)의 머리카락을 고무줄로 묶어 놓고 만화 캐릭터를 닮았다며 놀려댄다. 김 씨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아이들을 잡으러 뛰어다닌다.

4일 서울 송파구 마천동 마천종합사회복지관 3층 공부방. 이곳에는 매주 금요일 골맺사라는 특별한 선생님들이 온다. 골든벨이 맺어준 사람들이라는 뜻의 골맺사는 KBS 1TV의 고교생 대상 퀴즈프로그램인 도전 골든벨에 출연해 50문제를 다 맞혀 골든벨을 울렸거나 최후까지 남은 골든벨 장학생들의 모임.

한창 분위기가 달궈질 즈음 일일강사 김수영 씨(29)가 나타났다. 김 씨는 여수정보과학고 3학년이던 1999년 실업계 고교에서는 처음으로 골든벨을 울렸다. 연세대를 졸업하고 현재 영국 런던에서 다국적 에너지 기업인 셸의 마케팅 담당 매니저로 일하는 김 씨는 최근 자신의 도전과 모험 정신을 담은 멈추지마, 다시 꿈부터 써봐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김 씨는 아이들에게 각자의 꿈을 스케치북에 그려 보자고 제안했다. 수학 공부를 안 하게 됐다며 즐거워하던 아이들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내 꿈이 뭐지? 꿈을 어떻게 그리지?

쭈뼛쭈뼛 눈치만 살피는 아이들의 마음을 어떻게 하면 열 수 있을까. 김 씨도 고등학교 때까지 가난한 가정과 미래가 보이지 않는 현실에 분노하고 좌절했다. 사회에 대한 불만으로 가출을 한 적도 있다.

그는 아이들에게 더욱 다가서기로 했다. 내 꿈은 인도 볼리우드 영화에 출연해 춤추는 거란다. 엉덩이를 옆으로 빼고 양손을 휘저으며 인도 전통 춤을 추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긴장이 풀렸는지 하나둘 꿈을 말하기 시작한다. 하늘을 나는 자동차를 그린 4학년 민수는 과학자가 꿈이라고 했다. 가수가 되고 싶다는 6학년 수정이는 선생님들과 함께 원더걸스의 노바디에 맞춰 춤을 췄다.

2000년 결성된 골맺사는 자원봉사 활동을 10년째 이어오고 있다. 올해 3월부터는 이곳 복지관에서 아이들의 과외 선생님으로 나섰다. 공부뿐만 아니라 보드게임을 같이 하거나 재즈댄스를 함께 배우면서 자칫 상처받기 쉬운 아이들의 멘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골맺사 회장인 임희섭 씨(27연세대 사회복지학과 4학년)는 처음에는 사춘기에 막 접어든 초등학교 고학년 학생들의 마음을 여는 게 쉽지 않았다며 하지만 꾸준히 아이들을 만나다 보니 이제는 수업이 끝나면 선생님과 헤어지기 싫다고 지하철역까지 따라오는 아이들도 있다고 말했다.

골맺사와 복지관의 인연을 엮어준 곳은 삼성카드. 2001년 11월부터 도전 골든벨을 후원해온 이 회사는 지금까지 305명의 골든벨 장학생에게 대학입학금과 해외배낭여행 연수비를 지원했다.



김철중 tn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