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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치 퀸 유선영 메이 퀸되다 (일)

Posted May. 25, 2010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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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진표를 받아보니 산 넘어 산이었다. 강호들이 즐비한 죽음의 조에 속했다. 그저 첫 판만이라도 이기고 싶었어요.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크잖아요.

2회전 진출이 목표였던 유선영(24)이 강호들을 연파하며 정상에 우뚝 섰다. 24일 미국 뉴저지 주 글래드스톤의 해밀턴 팜GC에서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사이베이스 매치플레이챔피언십.

세계 랭킹 40위 유선영은 준결승에서 세계 1위 신지애를 2홀 차로 제압한 뒤 결승에서 세계 10위 안젤라 스탠퍼드(미국)를 3홀 차로 꺾었다. 6경기를 치르는 동안 세계 12위 이내의 강자 5명을 제친 유선영은 2006년 LPGA투어 데뷔 후 4년 만에 첫 승을 거뒀다. 이변이 많은 매치플레이에서 여왕으로 등극한 그는 언론으로부터 자이언트 킬러라는 찬사를 들었다. 매치플레이여서 평소보다 공격적으로 친 게 잘 먹혔다는 게 그의 얘기.

16번홀(파3) 버디로 2홀 차까지 달아난 유선영은 17번홀(파4)에서 두 번째 샷을 1m에 붙였다. 스탠퍼드는 이 홀 그린 밖에서 한 버디 퍼트가 컵을 빗나가자 자신의 공을 집어들며 패배를 받아들였다. 유선영은 지난해 아칸소챔피언십 연장에서 맞붙어 패했던 신지애, 스탠퍼드를 눌러 설욕에도 성공했다.

유선영은 2001년 한국여자아마추어선수권에서 우승한 대표 상비군 출신 유망주. 국내 프로를 거치지 않고 2005년 미국 2부 투어에 직행했다. 올랜도 이웃사촌 선후배 박세리, 이정연, 이미나, 이지영 등과 골프 마니아 그룹(GMG)을 만들어 함께 훈련하며 실력을 키웠다. 올해부터 메인 스폰서가 없어 로고 없는 모자를 쓰고 출전하는 유선영은 메이저 대회를 능가하는 37만5000달러(약 4억5000만 원)의 상금을 받아 한결 여유 있게 투어 생활에 전념하게 됐다. 상금 4위, 세계랭킹은 20위로 점프.

영어교사로 일하던 언니 자영 씨(28)와 투어를 동행하고 있는 유선영은 한 달 전 언니가 한국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깜짝 놀랐다. 다행히 크게 다치지 않아 나의 우승 장면을 지켜봐줘 너무 고마웠다고 말했다. 한국에 계신 부모님은 마침 이사를 해 TV나 인터넷으로도 우승 장면을 볼 수 없었기에 가족 중에는 유일하게 언니와 기쁨을 나누며 눈물을 흘렸다.

신지애는 양희영과의 3, 4위전에서 3홀 차로 이겼다.



김종석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