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일 예정에 없던 부동산시장 점검회의를 열어 집값 급락 가능성은 극히 낮다며 거래 활성화를 위한 보완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이 17일 라디오 연설에서 건설사의 도덕적 해이를 용납할 수 없다고 언급한 것과는 결이 다른 움직임이어서 갑작스럽게 회의를 개최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20일 국토해양부, 금융위원회, 통계청 등 부동산 정책 관련 부처와 공동으로 최근 주택시장 동향과 423 부동산대책 추진 현황을 점검했다고 밝혔다. 423 대책의 핵심 내용은 정부가 대한주택보증을 통해 미분양 주택을 매입해 건설업계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다.
회의에 앞서 배포한 참고자료에서 재정부는 민간연구소를 중심으로 집값 버블 논란과 가격 급락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주택가격이 급락할 가능성은 극히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현대경제연구원, 산은경제연구소 등 민간연구소들이 제기하는 집값 급락 주장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힌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재정부는 집값이 크게 빠지지 않을 것으로 보는 근거로 최근 주택가격 및 주택담보대출의 안정세 가구 수의 지속적인 증가 낮은 연체율 수준 실물경기 회복 움직임 등을 들었다. 실제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1월 0.1%, 2월 0.4%, 3월 0.3%, 4월 0.2% 등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4월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2조 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의 증가액보다 1조3000억 원 줄었다. 은행에서 돈을 많이 빌려 집을 사는 사람이 예전에 비해 적어진 만큼 대출금을 갚지 못해 급하게 처분해야 하는 매물이 시장에 일거에 쏟아지지는 않을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다만 가격이 작년에 단기 급등한 수도권의 일부 아파트 가격은 조정을 받을 수 있다고 본다. 재정부 관계자는 서울 강남권과 일부 재건축단지 가격이 일반 아파트보다 더 떨어질 수는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소득에 따라 대출을 제한하는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이미 적용해 온 만큼 가격이 폭락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회의에서 정부는 423 대책 시행 상황을 점검한 뒤 필요하면 보완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DTI 같은 금융규제를 완화하거나 수도권 미분양 주택에 대한 양도소득세 감면 등 거래의 숨통을 틔우기 위한 정책을 검토해볼 수도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건설업계는 이 대통령이 건설업계의 도덕적 해이 문제를 지적한 것과 달리 정부가 업계에 희망을 주는 신호를 보내는 것과 관련해 살릴 곳과 살리기 힘든 곳을 분명히 구분하겠다는 의도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경쟁력 없는 건설사가 정부에 기대 연명하는 것은 용납하지 않겠지만 일시적 자금난을 겪는 건실한 건설사가 연쇄 도산해 경제에 부담을 주는 상황에는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메시지라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거래 활성화라는 큰 틀에서 모든 정책을 검토할 수는 있지만 추가 대책이 금방 나오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홍수용 leg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