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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측 원칙대응에 백기? (일)

Posted May. 14, 2010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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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노조가 13일 파업을 중단하고 14일 오전 9시 업무에 복귀하기로 결정했다. 지난달 5일 김재철 사장의 사퇴와 황희만 부사장의 임명 철회를 주장하며 파업에 들어간 지 39일 만이다. 노조는 일시 중단이자 전략적 후퇴라고 설명했으나 사측의 원칙 대응 앞에 스스로 물러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노조는 이날 파업 일시 중단건에 대한 찬반 투표를 개표하던 중 찬성이 절반이 넘자 즉각 개표를 중단하고 업무 복귀를 결정했다. 노조 재적 인원 988명 가운데 639명이 표결에 참가했으며 찬성률은 알려지지 않았다. 노조 비상대책위원회는 10일 파업 일시 중단, 현장 투쟁 전환안을 가결시켰으나 11, 12일 이틀간 총회에서 이 문제를 놓고 격론을 벌인 끝에 집행부가 모두 사퇴하기도 했다. 이 집행부는 13일 총회에서 재신임받았다.

노조가 파업을 자진 철회한 가장 큰 이유는 이번 파업이 외부 이슈로 확장되지 못하고 그들만의 파업에 그쳤기 때문이다. 파업을 진행하는 동안 촛불집회, 거리홍보, 서울광장 집회 등을 열었으나 외부의 호응을 얻지 못했다. 파업 명분이 내부 인사 문제여서 다른 방송사 노조의 연대도 이끌어내기 어려웠다. 비대위의 한 관계자는 대외적으로 이슈화하는 과정이 부족했다고 인정했다.

사측의 원칙 대응 앞에 노조도 대비책을 찾지 못했다. 김 사장은 지난달 26일 노조에 공문을 보내 27일까지 업무에 복귀하라고 통보했고, 이를 거부한 노조 집행부 13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했다. 사측은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고수해 지난달 월급을 30% 정도만 지급했다. 사측은 이번 파업은 명분이 없는 불법이며, 이런 파업을 하는 노조와 대화할 수 없다는 원칙을 고수해 노조의 양보를 받아냈다. 사측은 파업으로 인해 방송 차질이 장기화되면서 본 피해에 대해 노조에 손해배상소송도 내겠다고 밝혔다.

이번 일로 인해 MBC 노조가 강경 일변도에서 벗어나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김 사장의 취임 직후 출근 저지와 파업 등으로 사측과 갈등을 빚어온 노조가 마지막 수단까지 결행했으나 아무런 성과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 간부는 파업의 명분이 약했다는 점도 있지만 파업이 장기화될수록 MBC의 경쟁력을 걱정하는 이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며 이런 걱정이 앞으로 MBC와 노조의 행보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 노조원은 이번 파업 철회는 전략적 후퇴일 뿐이며 지방선거 이후 다시 MBC를 지키기 위한 파업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노조는 업무에 복귀한 뒤 지방선거 등을 앞두고 현장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황인찬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