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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외교안보수석과 안보특보

Posted May. 12, 2010 05:27,   

천안함 사건을 계기로 대통령 안보특별보좌관(장관급) 자리가 신설됐다. 외교안보수석비서관의 일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 한마디로 안보특보의 할 일은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안보특보는 청와대 공식 직제에 없는 무보수직이다. 청와대 안에 사무실도 없다. 김덕룡 국민통합특보, 맹형규 정무특보처럼 대통령이 찾으면 들어가 조언한다. 안건은 남북군 충돌 사건에 국한된다. 북방한계선이나 군사분계선에서 충돌이 있어야 이야기 하는 정도다. 청와대에서 안보문제는 여전히 외교안보수석실이 전담한다.

외교안보수석실 산하 위기상황센터는 위기관리센터로 이름을 바꾸게 됐다. 과거에는 위기상황 전파를 주로 했다면 이제부터는 위기예방을 더 하게 됐다. 상황센터일 때는 국정원에서 파견 나온 간부가 이끌었으나, 관리센터로 바뀌며 준장 계급의 군인이 이끌게 됐다. 안보특보가 이 센터를 이끈다고 한 것도 잘못된 보도다. 이 센터는 여전히 외교안보수석이 관할한다. 안보특보는 센터 운영에 관한 자문을 해줄 뿐이다.

안보의 양축은 동맹을 다루는 외교와 실전에 대비하는 국방이다. 천안함 사건은 한국이 국방 수요가 많은 나라임을 보여준다. 직업군인 출신이 대통령을 하던 시절엔 외교 전문가를 외교안보수석에 임명하는 게 합리적이다. 그 시절이 끝났다면 균형을 맞추거나 반대로 가야 한다. 김영삼 정부부터 지금까지 외교안보수석이나 유사 보직을 맡은 이는 13명인데, 이중 국방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이는 3명 정도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교수와 외교관 출신이 이 자리를 맡았다.

천안함 사건을 계기로 한 안보특보 신설은 스폰서 검찰 사건이 터지자 공직자비리수사처를 만들겠다는 발상과 매우 흡사해 보인다. 안보를 강화하려면 실권 없는 자리를 만들게 아니라 명실상부한 안보 전문가를 외교안보수석에 임명해야 한다. 일본에 원폭을 투하해 제2차 세계대전을 끝내고, 625전쟁 때 재빨리 미군 파병을 결정했던 미국의 트루먼 대통령은 책상에 The buck stops here(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라는 문자판을 세워놓았다. 대통령은 안보를 책임진 최고의 자리다. 최고의 안보를 구축하고 싶다면 대통령은 실권 있는 자리에 최고의 안보 전문가를 두어야 한다.

이 정 훈 논설위원 h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