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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

Posted April. 10, 2010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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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8일 일방적으로 현대아산과의 관광계약 무효화를 통보한 데 이어 이달 중순부터 중국 여행사들을 통해 금강산 관광이 시작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현대아산을 대신해 중국 사업자들이 금강산 관광사업을 접수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대북 전문가들은 중국 내 금강산 관광 수요가 현저히 적다는 점을 감안하면 북측의 관광계약 무효화는 단순한 엄포용 조치에 지나지 않는다는 전망을 내놓는다. 하지만 대북 관광사업에 사운을 걸고 있는 현대아산 협력업체들은 빈말이 아닐 수 있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협력업체들은 이번 동결 자산들이 북측이 독자적으로, 혹은 새로운 사업자를 내세워 관광을 재개할 수 있는 필수 패키지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우선 현대아산과의 계약 무효화 선언을 통해 북측 소유이면서 현대아산이 운영권을 갖고 있던 금강산호텔과 외금강호텔을 운영할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이번에 동결된 한국관광공사 소유의 온천장과 문예회관, 면세점까지 이용하면 숙박은 물론 온천욕, 공연, 쇼핑까지 한번에 해결할 수 있다는 것. 관광공사가 지난달 25일 북측의 부동산 소집 요구에 응했는데도 온천장 등이 동결된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라는 것이 협력업체들의 분석이다.

최근 북측은 관광객 모집을 위해 중국청년여행사 등 3곳과 6개월 단위의 단기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여행사들은 개성과 금강산, 평양 등을 잇는 2박 3일짜리 관광코스를 만들고, 이달 중순 관광 개시를 목표로 관광객 모집에 나섰다는 것. 중국인 관광객의 숙박을 해결하려면 남북 이산가족면회소나 금강산호텔, 외금강호텔이 필요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현재 금강산에는 총 4개의 호텔(금강산, 외금강, 해금강, 패밀리비치 호텔)이 있으며, 수용 인원은 4개 호텔을 합쳐 최대 10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패밀리비치호텔을 운영하는 일연인베스트먼트 김래현 이사는 지난달 25일 소집 당시 북한 인사들이 유류비와 세부적인 인력 배치 등 호텔을 운영할 때 필요한 세부사항을 물어 의아했다며 북한이 현대아산의 사업권을 무효화하고 새로운 사업자와 손을 잡겠다는 말이 단순한 빈말이 아닐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실적인 여건상 중국 사업자들이 금강산 관광사업을 이어받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기업은행 IBK경제연구소 조봉현 연구위원은 같은 민족이라는 공통분모가 없는 중국에서 수천 명의 관광객을 동원하기는 사실상 힘들고, 이런 이유로 수익성도 크게 낮을 것이라며 현대아산의 각종 관광 인프라를 이어받을 만한 능력을 갖춘 중국 관광회사도 별로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 일각에선 북측이 금강산 관광 사업자를 일방적으로 교체하는 것은 국제사회에서 완전히 고립되는 길을 택하는 자충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민간 전문가는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이 사업자를 일방적으로 변경하는 것은 국제관례에 어긋나는 것이라며 북한의 국가 신뢰도를 크게 떨어뜨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 정부 당국자는 중국인이 금강산 관광을 한다고 하더라도 현대아산이 해온 외금강 지역에서 하겠다는 것인지, 남측에 공개하지 않은 내금강(내륙쪽 금강산)을 열겠다는 것인지도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내금강 지역은 북한 주민들의 등산코스로, 이곳을 중국 사업자에게 개방하는 것은 북측이 현대아산과 맺은 계약과는 관련이 없다.



김상운 신석호 sukim@donga.com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