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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한자와 국어실력

Posted April. 08, 2010 04:36,   

日本語

두산그룹은 2005년 대졸 신입사원 공채 때부터 한자()시험을 실시하고 있다. 갈수록 중요해지는 아시아 시장을 이해하려면 한자습득 능력이 필수적이라고 판단에 따른 것이다.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5단체와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금호아시아나그룹에 지원하는 젊은이들도 한자시험을 거쳐야 한다. 삼성그룹은 직무적성 검사 때 한자능력 자격 3급 이상 보유자에게 가산점을 준다. 대한상의가 주관하는 한자시험 응시자는 2007년 4457명, 2008년 4만8869명, 지난해 5만6391명으로 급증했다.

한자구사 능력을 갖추면 한자 문화권인 중국 일본 대만과의 기업 거래나 여행, 인적 교류에 도움이 된다. 그 나라 말을 할 줄 몰라도 필담()을 통해 최소한의 의사소통은 가능하다. 중국에서 사용하는 간자체()도 번자체(우리가 쓰는 한자)를 알고 나면 훨씬 배우기 쉽다. 일부 기업인들은 표의()문자인 한자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젊은이일수록 사안을 압축적으로 표현하는 조어() 능력이 뛰어나고 말에 절제와 깊이가 있다고 말한다.

퇴계학연구원과 전통문화연구회는 학생들에게 한자를 가르치면 국어 실력이 높아진다는 실험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퇴계학연구원 등은 경북 포항 영일중학교 1학년 학생 4개 반 중 2개 반은 한자 노출이 10% 미만인 현행 중1 교과서로, 다른 2개 반은 교과서에 기본한자 1000자를 삽입한 보조교재로 각각 10개월 동안 공부를 시켰다. 두 그룹에 대한 우리말 어휘력 평가 결과 한자를 더 많이 배운 학생들의 점수가 평균 8.3점 높았다. 한자를 알면 용어 자체에서 뜻을 알기가 쉬워지므로 국어 뿐 아니라 사회 역사 과학 공부에도 도움이 된다.

한글은 자랑스러운 한민족의 문자이고 우리 모두 소중히 여겨야 한다. 그러나 한국어의 상당수 어휘가 한자어이고 한글만으로 표기했을 때 이해하기 어렵거나 동음이의어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젊은이나 청소년들이 기초적인 한자습득 능력을 갖추면 본인들의 미래에 도움이 된다. 세계사에서 차지하는 아시아의 위상이 빠른 속도로 높아지는 21세기에는 영어 못지않게 한자도 개인 및 국가 경쟁력과 직결될 수 있다.

권 순 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