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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술취해 다급한 목소리로 10차례 전화(일)

아침부터 술취해 다급한 목소리로 10차례 전화(일)

Posted March. 15, 2010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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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리 양(13) 살해사건 피의자 김길태 씨(33)는 사건 다음 날인 지난달 25일 오전 9시59분낮 12시 반 부산 사상구 주례동의 공중전화로 경기 안양시에 사는 교도소 동기 A 씨(33)에게 10차례나 전화했다. 술에 취한 목소리였다. A 씨는 김 씨의 복역기간 11년 가운데 유일하게 면회를 한 친구다. 김 씨가 A 씨에게 전화를 건 것은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이었다. A 씨는 14일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길태가 다급한 목소리로 나를 애타게 불렀다. 범행을 저지른 뒤 전화한 것 같았다고 말했다. 다음은 A 씨와의 통화 내용.

25일 상황이 어땠나.

자고 있었다. 10통 중 한 통화만 받았다. 비몽사몽이라 한 통화도 약 2분 동안 듣기만 했다. 안부 인사도 없었다. 다짜고짜 야, 야, 대답 좀 해봐라, 왜 말이 없노. 대답 좀 해봐라고 여러 번 반복했다. 술을 많이 마신 듯했고, 말을 잇지 못했다. 숨도 가빴다. 길태 목소리는 들었지만 잠결이라 대꾸를 안했다. 그때 내가 통화를 했었으면.

어떤 사이인가.

교도소에서 15일간 같은 감방을 쓰며 친해졌다. 길태가 지난해 6월 출소한 뒤 8월부터 한 달간 안양 이삿짐센터에서도 같이 일했다. 이삿짐을 나르다 실수를 하면 길태는 나는 잘못한 것 없다며 발뺌을 했다. 이기적이고 배려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좀 틀어졌다. 한 달간 일하다가 힘든지 부산으로 내려갔다. 그 후 지난해 11월 이후로는 전화를 안 받았다.

보통 언제 통화를 했나.

밤에 했고 아침에 한 적은 없었다. 그것도 안부인사 정도였다. 그날은 다급해서 (길태가) 내게 전화한 것 같다. 만약 길태가 24일 (이 양을) 납치한 걸로 가정하면 납치 뒤 전화했거나, 아니면 성폭행 뒤 또는 살해한 뒤 전화한 것 아닌가 생각이 든다.

김 씨는 어떤 사람인가.

지난해 8월에 전화를 걸어 동네 선배들이 룸살롱과 단란주점에서 일을 하라고 한다. 그쪽에서 일하면 사건에 연루될 수 있어 너랑 일하고 싶다고 했다. 그 나름의 마음을 잡으려는 것 같았다. 이삿짐센터에서 돈 번 이야기를 집에 했더니 집 식구들이 아무도 믿지 않았다며 실망하더라. 살해 피의자라니 안타깝다.



장관석 j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