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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상사 떠나 송광사로 오늘 다비식 (일)

Posted March. 13, 2010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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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 마세요.

길상사는 울음바다가 됐다. 스님은 평소 나 죽거든 슬퍼하지도 말라고 했지만 보살들은 법정 스님의 법구()를 실은 운구차에 매달려 오열했다. 영구차가 극락전에서 일주문에 이르는 30여 m를 지나는 데도 30여 분이 걸렸다. 법정 스님의 법구는 12일 서울 성북구 성북동 길상사를 떠나 전남 순천시 송광사로 운구됐다.

법정 스님의 마지막 길도 무소유 그대로였다. 다비 준비위원회는 스님의 유지대로 관도 짜지 않고 법구를 대나무 평상에 올리고 갈색 가사를 덮어 운구했다. 다비 준비위는 스님이 입적하기 전날 밤 기거하던 강원도 오두막이 그립다고 말했다며, 스님이 그곳에서 쓰던 대나무 평상과 똑같은 것을 제작해 법구를 운구한 것이다. 스님의 뜻대로 일체의 의식없이 운구가 이루어졌다. 단을 차리거나 꽃장식, 방명록, 염불도 없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 40분경 길상사를 찾아 설법전에서 분향하고, 길상사 전신인 대원각의 소유주였던 고 김영한 여사가 머무르던 길상헌을 찾아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과 환담했다.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 장경동 목사, 태고종 총무부원장 법현 스님 등도 길상사를 방문해 분향했다.

스님의 법구는 13일 오전 11시경 108번 종소리(열반종)와 함께 대웅전 인근으로 운구된다. 스님 14명이 대나무 평상을 받치는 나무틀을 들고 송광사에서 2.5km 떨어진 다비식장으로 간다. 다비식장은 50m(약 10여 평) 넓이이고 추모객 1000여 명 정도가 주변 숲에서 지켜볼 수 있다. 송광사 측은 추모객 1만여 명을 다비식장에 교대로 들어 보낼 계획이다. 다비식장 바닥에는 길이 3m, 폭 40cm, 깊이 20cm 크기 웅덩이가 있는데 여기에 숯을 채우고 참나무 장작을 쌓는다. 스님의 법구는 장작 위에 놓인다. 다비식 불꽃은 하루 동안 타게 되고 14일 스님의 뼈를 모아 가루로 만드는 습골이 이뤄진다. 스님의 유골은 강원도 오두막, 송광사 불일암 등에 뿌려진다.

한편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 씨가 법정 스님의 밀린 병원비 6200여만 원을 대신 냈다고 삼성 관계자가 전했다. 홍 씨는 삼성서울병원에 입원 중이던 법정 스님을 9일 문병하러 갔다가 병원 측에 대납 의사를 전하고 결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병선 이형주 bluedot@donga.com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