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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회 광풍 - 정치교육감 6•2딜레마 (일)

Posted March. 11, 2010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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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지방선거를 80여 일 앞두고 선거관리위원회가 비상이다. 이번 선거부터 도입된 새로운 제도들이 오히려 깨끗한 선거를 해칠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특히 토착비리와 교육비리, 권력형 비리를 뿌리 뽑겠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이번 선거가 오히려 이들 비리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교육감-기초단체장후보 후원회 가능

이번 선거에서 처음 도입된 제도 중 하나는 교육감과 기초단체장 후보가 선거운동 기간에 후원회를 운영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지금까지 지방선거에서 후원회는 광역단체장 후보만 둘 수 있었다. 후보들은 후원회를 통해 선거비용의 절반까지 모금할 수 있는데 어떤 돈이 어떻게 들어오는지 파악이 쉽지 않다는 게 선관위의 고민이다.

교육감은 교육장과 학교장 등의 모든 인사권을 쥐고 있고 기초단체장 역시 지방공무원의 인사권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후원회가 공무원 줄 세우기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 교육감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겠다는 청와대의 구상도 이런 우려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법적으로 공무원은 후원금을 낼 수 없다. 하지만 지인을 통해 차명으로 후원한다면 이를 밝혀내기가 쉽지 않다. 또 공무원이 주변 사람들에게 특정 후보를 돕기 위해 후원금을 내도록 알선한다면 현행법상 이를 처벌할 수 있는지도 애매하다. 정치자금법에서는 고용관계를 이용하거나 타인의 의사를 억압하는 방법으로 기부를 알선할 수 없다라고만 규정돼 있다.

특히 이른바 업자들이 각종 이권을 노리고 당선 가능성이 높은 후보들과 친분을 쌓는 수단으로 후원회가 악용될 수 있다고 선관위는 보고 있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토착기업이나 지역유지들이 당선 가능성 높은 후보의 후원회를 외면할 수 있겠느냐며 가명이나 타인 명의 기부행위, 법인이나 단체의 쪼개기 납부(후원금 상한을 피하기 위해 여러 사람이 나눠 내는 것), 강요에 의한 납부 등을 철저히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16개 광역단체장과 교육감, 228개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후보가 4명씩만 나와도 후원회가 1000개를 훌쩍 뛰어넘어 선관위가 이들 후원회의 입출금 명세를 일일이 조사할 수 있겠느냐는 현실적 한계가 있다. 지방선거에 출마한 모든 후보는 선거가 끝난 뒤 한 달째인 7월 2일까지 회계보고서를 선관위에 제출해야 한다.

교육감 선거 정당 개입 막아낼까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처음으로 지역 소()통령인 시도지사와 교육 소통령인 교육감 선거가 동시에 치러진다. 이 때문에 두 소통령 선거의 탈법적 결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현행 지방교육자치법은 교육의 정치적 중립을 위해 교육감 선거에 정당이 개입하지 못하도록 했다. 특정 정당이나 정당 추천 후보가 특정 교육감 후보를 지지할 수 없으며 반대로 특정 교육감 후보 역시 특정 정당의 지지를 받는다는 점을 드러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여야는 이미 시도지사와 교육감 후보를 사실상 러닝메이트로 지방선거를 치른다는 전략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이른바 정책연대를 통해 동일한 공약을 내걸겠다는 것이다.

교육감 선거에 깊이 관여하고 있는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10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공식적으로 교육감 선거를 도울 수 없다는 얘기는 거꾸로 비공식적으로는 도울 수 있다는 것 아니냐며 구체적인 연대 방안을 놓고 여러 가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관위는 9일 시도지사나 교육감 후보의 선거 홍보물에 러닝메이트 후보와 함께 찍은 사진을 실을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도지사와 교육감 후보가 서로를 지지하는 발언을 하지 않은 채 함께 유세를 다닌다거나 특정 후보를 두고 인품이 참 훌륭하다는 식으로 간접 지지 의사를 나타내면 과연 이를 어디까지 허용할지 선관위조차 아직 분명한 견해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선관위 관계자는 정책연대를 한 시도지사와 교육감 후보가 20m 이상 떨어지면 괜찮고 그 미만은 안 된다는 식으로 쉽게 재단하기 어렵다며 여러 상황을 고려해 단속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정당은 교육감을 통해 자신들의 교육정책을 구현하려 하고 선거의 양축인 돈과 조직이 부족한 교육감 후보는 정당에 기댈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자칫 선거 후 무더기 당선무효 사태가 빚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이재명 e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