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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권력에 맞서는 살아있는 칼(일)

Posted January. 16, 2010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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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저녁 일본 민주당 정권의 최고실력자 오자와 이치로() 간사장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도쿄지검 특수부는 어떤 조직일까. 이날 압수수색은 검찰청을 관할하는 법무상은 물론이고 하토야마 유키오() 총리도 몰랐을 정도로 비밀리에, 또 신속하게 이뤄졌다. 그만큼 도쿄지검 특수부는 권력의 영향권 밖에 있다. 조직상으로는 총리-법무상-검사총장(한국의 검찰총장)-도쿄지검장-특수부장으로 이어지지만 직무는 독립적이다.

역사를 바꾼 도쿄지검 특수부

도쿄지검 특수부의 정식 이름은 도쿄지방검찰청 특별수사부.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막대한 규모의 전쟁물자 불법 은닉매매 사건에 유력 정치인들이 연루된 사건을 계기로 1947년 설치됐다. 검사 약 40명과 수사관 90여 명으로 구성돼 있다. 정치인 오직 사건을 비롯해 대형 탈세 및 경제사건을 독자적으로 수사하면서 명성을 떨쳐왔다. 초기 수사와 범인 체포 등을 주로 경찰에 의존하는 일반적 검찰수사와 달리 도쿄지검 특수부는 내사 단계부터 범인 체포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독자적으로 한다. 1957년 오사카() 지검과 1996년 나고야() 지검에도 특수부가 설치됐으나 도쿄지검 특수부가 가장 오랜 역사와 굵직한 수사로 유명하다. 도쿄지검 특수부 수사망에 걸려들면 빠져나가기 힘들다는 평가와 함께 특수부가 유죄를 입증하기 위해 강압적 수사를 한다는 비판도 있다.

도쿄지검 특수부의 위상을 국내외에 또렷이 알린 대표적 사건은 일본 현대정치사의 가장 큰 사건 중 하나로 꼽히는 1976년 록히드사건. 검찰은 총리 직에서 물러난 후에도 밤의 쇼군()으로 불리며 최고 실력자로 군림하던 다나카 가쿠에이() 전 총리를 미국 군수업체 록히드사로부터 뇌물 5억 엔을 받은 혐의로 전격 체포했다. 그리고 록히드사가 일본에서 항공기 판매권을 따내기 위해 고관들에게 뇌물을 뿌린 것을 낱낱이 파헤쳤다.

일각에선 국익과 미일관계를 해치는 수사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진실을 파헤친다는 명분과 자부심으로 살아 있는 권력에 맞섰다. 다나카 전 총리는 혐의를 부인했지만 1, 2심에서 유죄가 인정돼 징역 4년형을 선고받았고 상고심 도중 사망했다.

1988년 다케시타 노보루() 당시 총리와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총리를 비롯한 90여 명의 유력 정치인이 기업의 미공개 주식을 불법 양도받은 리크루트 사건을 파고든 것도 도쿄지검 특수부였다. 다케시타 내각은 여론의 비판을 견디지 못하고 이듬해 총사퇴했다.

이후 일본 정치를 주름잡은 가네마루 신() 전 자민당 부총재도 1992년 도쿄지검 특수부의 칼날에 쓰러졌다. 유통기업 사가와규빈()으로부터 5억 엔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고 탈세까지 한 혐의였다. 그도 재판 도중 숨졌다. 이는 1955년 수립된 자민당 체제의 퇴조를 부른 계기가 됐다. 이 사건으로 당내 반발에 밀린 오자와 간사장이 1993년 자민당을 탈당해 비()자민당 연합세력을 구성하고 호소카와() 정권을 수립한 것이다.

사활 건 승부

흥미로운 사실은 이 모든 사건이 오자와 간사장과 연관돼 있다는 점이다. 다나카와 가네마루는 오자와가 정치적 스승으로 삼은 인물이다. 그는 두 스승의 재판과정을 꼬박꼬박 참관하면서 그들을 옹호했다. 지금도 오자와 간사장은 록히드 사건에서의 검찰 수사가 불공정했다는 취지로 비판하곤 한다. 다케시타 전 총리도 오자와 간사장과 함께 자민당 최대 파벌이었던 다나카 파벌 출신이다.

이번에 도쿄지검 특수부가 오자와 간사장의 정치자금을 파헤치면서 다나카-가네마루-오자와로 3대째 악연이 이어지고 있다. 도쿄지검 특수부는 지난해 봄 니시마쓰()건설 불법 정치자금 사건으로 오자와를 민주당 대표직에서 물러나게 함으로써 1차전에선 판정승을 거뒀다. 그러나 다나카와 가네마루가 무너지는 모습을 똑똑히 지켜본 오자와 간사장은 투명성과 합법성, 공사() 구분을 자금관리의 3대 원칙으로 삼아 누구보다 돈 관리를 철저하게 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줄기차게 결백을 주장하면서 검찰과 맞서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얘기도 있다. 이번에 도쿄지검 특수부나 오자와 간사장이나 지는 쪽은 치명적 상처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윤종구 jkm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