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니지 임업수자원연구원(INRGREF) 소속 압델하미드 칼디 박사는 튀니지 참나무 숲은 1930년대의 14만 ha(1400 km)에서 현재 7만 ha로 그 규모가 절반으로 감소했다며 기후변화 등 여러 요인이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주민들이 기르는 가축들이 참나무 묘목을 먹어 치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가축 방목이 숲의 미래를 갉아먹는 위험인 셈이다.
튀니스를 떠나 자동차로 약 2시간 만에 도착한 아인스노시. 띄엄띄엄 나타나는 마을이 사라질 무렵에 나타난 참나무 숲은 거대한 바다와도 같았다. 하지만 그 속은 골병이 들어 있었다. 샛강 주변에선 토양 침식 때문인지 뿌리의 절반이 허공에 매달려 곧 강물 속으로 떨어질 것 같은 참나무 수십 그루가 눈에 띄었다. 마을 어귀에 있는 수령 200년의 거대한 참나무도 줄기의 3분의 2가 사라졌고 벌레로 뒤덮여 고사() 직전이다.
이곳 참나무 숲은 튀니지 전체 국토의 6%를 차지하는 유일한 산림지대다. 밀이 생산되는 중부지역은 로마시대의 곡창기지로 유명하고, 영화 스타워즈와 잉글리시 페이션트 촬영지였던 남부는 사막지역이다. 북서부 지역의 참나무는 와인 마개로 쓰이는 코르크의 재료. 참나무 숲이 사라지면 튀니지의 유일한 산림지대가 소실될 뿐 아니라 주요한 수출상품이 없어진다.
이 지역 자치단체장인 후신 오트마니 씨는 이곳 속담에 숲은 사람들의 보호자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나무를 신성시한다며 하지만 가축을 길러 파는 돈이 수입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주민들로서는 생존을 위해 숲을 해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튀니지 참나무 숲 쇠퇴 원인 분석사업도 이런 배경에서 시작됐다. 2011년을 목표로 산림개발국가전략을 수립한 튀니지 정부는 산림 쇠퇴의 원인을 분석하고 복원을 위한 연구사업을 도와달라고 한국에 요청했다. 한국은 세계식량기구(FAO)가 인정한 대표적인 산림녹화 성공 국가로 단기간에 훼손된 산림을 복구한 기술과 경험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KOICA는 2007년부터 250만 달러를 투입해 INRGREF와 함께 종합적인 산림 쇠퇴 원인 분석 작업을 벌이고 있다. 연구대상 지역은 500가구 2600여 명이 거주하는 아인스노 지역의 숲 3000ha. 버섯 등 각종 작물의 시험재배로 주민들이 다른 소득원을 찾게 함으로써 참나무 숲을 보전시키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시니어 봉사단원으로 한국 작물을 시험재배하고 있는 강승규 씨(60)는 주민들이 배추 호박 등을 재배해 팔면 목축 중심의 생활 방식도 바뀔 것이라며 그러면 방목 위주의 가축 사육이 울타리 안에서 사료로 키우는 방식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형 농가 실험가구로 지정돼 올해부터 상추와 고추 등을 재배할 예정인 무하마드 압다지즈 씨(52)는 농업이나 다른 일로 돈을 벌 수 있다면 주민들이 왜 숲을 해치겠느냐며 다른 선택만 있다면 숲을 보전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오트마니 씨는 7, 8월에 코르크 껍질을 벗기는 작업에 동원돼 일당을 받고 나머지 기간에는 목축업을 하는 주민들은 숲이 사라지면 삶의 터전이 사라진다는 위기감을 갖고 있다며 다른 소득증대사업이 이뤄지면 숲의 쇠퇴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참나무 숲 쇠퇴 원인 분석사업은 다른 나라에서 실시하는 KOICA의 무상지원 사업들과는 다른 독특한 사업이다. 직접적인 수혜자가 불분명하고 사업 결과도 연구보고서로 나온다. 서미영 KOICA 튀니지사무소장은 KOICA 내부에서도 왜 연구사업에 KOICA 자금을 지원하느냐는 궁금증이 많았다며 그러나 연구 결과가 나오면 현지 주민들에게 산림보호 대안을 제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KOICA의 후속 지원 사업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우수영 서울시립대 교수는 지리정보시스템(GIS)을 활용한 작업 등으로 주민들이 숲에 낸 길이 산림 쇠퇴에 90%의 영향을 미친다고 최초로 과학적으로 설명됐다며 연구사업은 현지인의 자생력을 키우는 선진국형 원조사업으로 한국의 대외원조 수준을 한 단계 발전시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칼디 박사는 과거에도 프랑스 스페인 등 주변 국가의 지원으로 참나무 숲 쇠퇴 원인을 연구했지만 아리랑 위성까지 동원해 입체적으로 분석한 것은 KOICA가 처음이라며 참나무 숲 복원을 위한 진정한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KOICA 사업의 결과는 8월 23일부터 일주일간 서울에서 개최되는 23차 세계임업연구기관(IUFRO) 총회에서 연구보고서로 발표된다. 전 세계 산림 임업 학자와 전문가들이 5년에 한 번씩 모이는 총회에서 발표할 KOICA 연구 결과물에 대해선 와인 마개용 코르크를 생산하는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 등 지중해 연안 6개국도 큰 관심을 갖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