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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넘기지 말자 유족-조합-정부 공감대 (일)

올해 넘기지 말자 유족-조합-정부 공감대 (일)

Posted December. 31, 2009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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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서울 용산 철거민 화재 참사와 관련된 보상 문제가 극적으로 타결된 데에는 협상 당사자들과 정부 사이에서 올해가 가기 전에 협상을 타결해야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정부와 서울시 측에서는 올해를 넘기면 사태 해결을 기대하기 어렵고 지방선거가 있는 내년으로 넘어가면 유리할 게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공사가 지연되면서 막대한 금전적 손실을 보고 있던 재개발조합, 사건 발생 344일째 장례도 치르지 못한 유족들, 투쟁의 동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돌파구가 필요했던 용산참사범국민대책위원회(범대위) 등의 이해관계가 맞물린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사고 책임을 두고 책임자 처벌 및 사과 등의 부당한 요구에 대해서는 단호히 거절하고, 유족 측에서는 거액의 보상금을 받아 양측 모두 일단 실리는 챙긴 셈이다.

극적 타결 배경은?

1월 21일 사고 발생 직후 용산 4구역 재개발조합은 보상 책임이 없어 단 한 푼도 줄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유족을 대표한 범대위는 이명박 대통령과 오세훈 서울시장 등에 대한 사과와 다른 세입자들의 대체상가 보장 등을 요구하면서 협상은 장기간 교착상태에 빠졌고 올해 안에 타결이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했다.

당초 서울시는 올해 7월부터 종교계의 도움을 얻어 김영걸 서울시 균형발전본부장을 협상테이블에 앉혔고 협상은 크게 진전됐지만 결국 무산됐다. 당시 막후에서 물꼬를 텄던 인명진 목사(64전 한나라당 윤리위원장)는 8월경 협상을 진행했지만 범대위 측에서 책임자 처벌과 진상 규명 등 서울시가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를 했고, 범대위 내부에서도 유족들의 명예를 회복하는 것이 먼저라는 의견이 강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운찬 국무총리가 취임 후인 10월 3일 추석을 맞아 서울 용산구 용산참사 분향소를 방문해 사태 해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사과하면서 진전이 있었다. 11월 들어 범대위 측이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나며 협상은 막바지 국면으로 치달았고, 오 시장은 타결 직전인 29일 직접 조합장을 만나 협상 타결을 강력히 부탁하기도 했다.

처음에 재개발조합 측은 20억 원을 제시했고, 유족 측은 45억 원에 상가 임대를 요구하며 큰 견해차를 보였다. 하지만 양측이 요구 수준을 조금씩 양보했고 재개발조합 측에서 상가 임대만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태도를 굽히지 않아 보상금액을 35억 원대로 높이는 대신 상가 임대는 요구하지 않는 조건에서 협상이 타결된 것으로 알려졌다.

합의문에 적시된 조합과 유가족 간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문구는 범대위 측이 용산구 남일당 건물을 점거하는 등 공사를 막으면서 생긴 책임 등을 묻지 않는다는 의미다. 경찰의 수배를 받고 있는 남경남 전국철거민연합회 의장 등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시위 보상금? 일부 합의문 논란

협상은 타결됐지만 문제 해결을 위해 섣부르게 보상금을 지나치게 많이 편성하는 등 합의에 일부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법원이 사고 책임이 시위대에 있다고 판결한 상황에서 보상금이 시위에 대한 면죄부나 보상처럼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보상금이 유족에 대한 위로금, 세입자들에 대한 보상금, 장례비 및 병원 치료비 등 명목으로 지급될 예정이어서 시위 참가자들에게도 전달될 가능성이 있다. 법원은 10월 28일 당시 화재를 일으켜 경찰관 등을 숨지게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철거민 7명에게 징역 56년의 중형을 선고한 바 있고, 당시 시위에 참여했던 사망자 5명 중 3명은 용산 4구역과 관련이 없는 용인, 수원 등 다른 재개발지역 주민이었다.

박효종 서울대 윤리교육과 교수는 용산 참사가 공동체에 큰 아픔이었고 슬픔이었기 때문에 상처를 치유한다는 차원에서 협상의 결실은 있다면서도 향후 법을 무시하는 행태나 관행, 나아가 사회의 도덕적 해이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황형준 김윤종 constant25@donga.com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