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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효과 반미누그러졌다

Posted November. 18, 2009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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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방한에 대한 진보 진영의 대응은 과거 다른 미국 대통령들의 방한 때에 비해 한결 부드러운 분위기다. 참여연대, 한국진보연대 등 진보진영 60여 시민단체가 주축이 된 아프가니스탄 재파병 반대 시민사회 연석회의는 18일 서울 도심에서 아프가니스탄 점령 중단과 한국군 재파병에 반대하는 반전평화 촛불 문화제를 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참여연대 관계자는 한국에 아프가니스탄 파병 압력을 넣지 말라고 미국에 요구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며 방한 자체를 반대하는 집회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오바마 대통령 방한 기간 중에 진보 진영이 반()오바마를 외칠 가능성은 낮다. 지난해 8월 조지 W 부시 대통령 방한 당시 극렬한 반대 시위가 벌어졌던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이런 변화가 오바마 행정부의 출범이 한국인들의 대미 호감도를 크게 높였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지난해 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 때 극에 달했던 반미 정서는 많이 누그러진 분위기다. 미국의 여론조사 기관인 퓨리서치센터가 7월 발표한 한국 등 25개 나라 국민의 대미 호감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18세 이상 성인남녀 702명)의 78%가 미국을 호의적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한국인의 대미 호감도는 오바마 대통령 아버지의 출신국인 케냐와 나이지리아에 이어 3번째로 높았다. 퓨리서치센터의 2000년 조사 때 한국인의 대미 호감도가 58%, 2002년 52%, 2003년 46%였던 것과 비교하면 대미 인식이 크게 좋아졌음을 알 수 있다.

미국을 긍정적으로 보는 한국인이 늘어난 까닭은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우선 오바마 대통령의 당선 그 자체다. 소수자인 흑인을 대통령으로 당선시키는 미국 민주주의의 힘을 한국인들이 새삼 존중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는 또 대화와 협력을 강조하는 오바마 대통령의 스마트 외교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가 투영된 결과이기도 하다. 일방주의 외교를 펼친 부시 행정부에 대한 반감이 높았을 때는 2002년 미군 장갑차에 의한 여중생 사망사건처럼 촉발점이 생길 때마다 극단적인 반미감정이 불타올랐다. 그러나 현재는 진보진영도 오바마 대통령 당선의 의미와 오바마 대통령 외교정책의 합리성을 부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구갑우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에 대해 진보진영이 기대감을 높이면서 미국의 정책이 합리적이라면 미국을 싫어할 이유가 없다는 쪽으로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현재는 반미감정이 폭발할 이슈가 없고 명분과 논리상 공격할 근거가 부족하기 때문에 잠잠할 뿐 오바마 대통령의 등장이 한국 사회 일각에 뿌리내린 반미 정서를 불식시킨 것은 결코 아니라는 견해도 있다. 반미를 존재의 핵심 근거로 삼고 있는 민족해방(NL)계열의 운동권 세력은 오바마 정부 출범으로 선명한 공격 목표를 잃어버린 딜레마를 겪고 있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전상인 서울대 교수는 미국에 대한 인상이 긍정적으로 변했다고 미국을 한국 현대사에서 가해자로 인식하는 반미 정서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라며 엘리트 중심의 한미 교류에서 벗어나 공공 외교를 통해 한미 간 보통 국민들 사이에 우호적 분위기가 확산돼야 한다고 말했다.



윤완준 우정열 zeitung@donga.com passi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