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오피니언] 국적

Posted November. 14, 2009 08:35,   

日本語

재일교포 유도선수 추성훈은 대한민국 국가대표로 올림픽에 출전하는 꿈을 이루고자 1998년 고국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뜻을 이루지 못하고 일본으로 돌아가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일본 국적을 획득했다. 2002년 부산 아시안 게임에 일본 국가대표로 출전한 그는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 리거인 백차승 선수는 3월 열린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대표팀 1차 후보 명단에 올랐다. 하지만 2005년 국적을 포기하고 미국시민권을 얻으면서 병역의무를 벗은 점이 논란이 돼 최종명단에서 제외됐다. 국적 때문에 고통을 겪는 사람이 비단 스포츠 선수만은 아닐 것이다.

미국에서는 미 국적을 취득한 귀화자나 외국 국적을 취득한 국민이 18세 이후 시민권을 포기하지 않으면 시민권을 유지할 수 있다. 출생으로 인한 복수국적자에 대해 국적 선택을 강요하지도 않는다. 이처럼 복수국적을 허용하는 나라는 캐나다 아르헨티나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 영국 등 세계 80여국에 이른다. 글로벌 경쟁 시대에 더 많은 인적자원을 흡수하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캐나다 등에서 태어나 2개 이상의 국적을 갖게 된 남성이 병역의무를 마쳤거나, 한국인과 결혼한 외국인이 국내로 이민을 온 경우 복수국적을 허용하는 국적법 개정안이 입법예고됐다. 외국인 우수인력, 해외 입양아, 외국에 장기거주하다 돌아온 65세 이상의 재외동포 역시 외국 국적을 포기하지 않고도 한국 국적을 계속 보유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해외 거주 기회가 많아지면서 외국에서 태어나 이중국적을 갖게 된 국민이 최소 5만명이고, 한국인과 결혼한 외국인도 6월말 현재 12만 6155명이다. 이런 현실을 감안해 국적허용 범위를 넓혀주려는 뜻이다.

복수국적자를 국민의 지위에서 배제하는 기존 국적법은 우수인재를 국외로 유출시키는 후진적인 제도라는 비판을 받았다. 개정안이 부정적 이미지를 주는 이중국적 대신 복수국적이란 용어를 쓰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원정출산이 증가하거나 서약과 달리 국내에서 외국 국적을 행사하는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좋은 취지를 악용하는 얌체족은 솎아내야겠지만 구더기 무서워 장을 안 담글 수는 없다.

박 성 원 논설위원 sw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