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오피니언] 바첼렛 출산모델

Posted November. 12, 2009 09:14,   

日本語

장군의 딸, 의대생, 고문 피해자, 미혼모, 망명자, 보건장관, 국방장관, 세 아이의 싱글 맘. 어제 이명박 대통령과 한-칠레 정상회담을 가진 미첼 바첼렛 칠레 대통령의 또 다른 이름들이다. 칠레 최초의 여성 대통령인 그는 룰라 브라질 대통령처럼 시장경제 원칙을 견지함으로써 칠레를 남미의 강국으로 바꿔 놓았다. 그가 속한 중도좌파 정당은 내년 초 대선에서 질 것이라는 예상도 있지만 바첼렛 개인은 임기 말에도 80%의 높은 지지율을 누리고 있다.

바첼렛 대통령의 일생은 한편의 영화 같다. 고위 장교였던 부친을 따라 세계 이곳저곳 군부대 주변에서 생활했던 그는 스페인어를 비롯해 영어 독일어 포르투갈어 프랑스어 등 5개 언어를 자유롭게 구사한다. 피노체트 독재정권 하에서 아버지 알베르토 바첼렛 장군이 사망한 뒤 의대생이었던 그는 어머니와 함께 정보기관에 연행돼 한 달간 심문과 고문을 당했다. 이후 호주를 거쳐 동독으로 망명해 그곳에서 의대를 마치고 소아과의사가 되어 귀국한다.

가톨릭국가 칠레에서 이혼녀이고 싱글 맘이며 낙태를 지지한다는 것은 어느 모로나 정치적으로 불리했다. 세 아이의 어머니인 그는 둘째까지는 이혼한 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았지만 셋째는 독신상태에서 얻었다. 2005년 대선에서 중도우파 세바스티안 피네라를 힘겹게 물리치고 당선됐는데 눈앞에는 금융위기, 교육개혁을 요구하는 고교생 시위, 빈부격차 등 당면 과제가 산적해 있었다. 그는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과 비슷한 건설사업, 광산개발 등 경기부양책을 쓰면서 사회통합을 위해 유아 공교육 기반 마련에 온힘을 쏟았다.

그의 임기 중에 하루 2.5개꼴로 무려 3500개의 유아학교가 빈민가에 지어졌다. 소득 하위 40% 이하 가정의 04세 아동은 무상급식과 무상교육을 받게 됐다. 아이들을 맡길 수 있게 된 여성들은 일자리를 갖기 시작해 실업률이 떨어졌다. 출산율은 가파르게 오르기 시작했다. 덕성여대 신은수 교수는 칠레의 유아학교 모델은 우리보다 국민소득이 낮은 국가에서도 유아 공교육에 성공할 수 있다는 증거라고 강조한다. 이 대통령이 바첼렛 대통령에게 조언을 구해야 할 대목은 바로 저()출산 탈출법인 것 같다.

정 성 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