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세종시 국민뜻 물어야 vs 수로 밀어붙이나

Posted November. 04, 2009 09:03,   

日本語

이에 대해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는 이날 KBS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국민투표는 국가 안위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만 하는 것이기 때문에 세종시 문제는 해당되지 않는다며 충청권 인구가 얼마 안 되니 수로 밀어붙이겠다는 불쾌한 생각이라고 반박했다. 민주당 우상호 대변인도 여야가 오랜 토론 끝에 합의 처리한 법을 지키지 않기 위해 국민투표를 주장하는 것은 실현 가능성이 없는 꼼수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여권 내부 격론

국민투표 카드는 아직 여권 주류 진영이 한목소리를 내는 단일안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국민투표 카드가 안고 있는 인화성 때문이다.

이 때문에 친이계 일부 강경파 의원들이 세종시 문제의 돌파구를 열기 위해 선도적으로 국민투표 카드를 이슈화했다는 관측이 많다. 한 친이계 당직자는 박근혜 전 대표라는 벽에 막혀 정상적인 당내 의견 수렴이 어려워져 국민투표 문제를 거론한 것이라고 말했다. 공 최고위원도 당내 논의와 여야 간의 논쟁 등 일련의 과정을 거친 이후에 대통령이 결단을 하는 방법의 하나로 국민투표 카드를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친이계 내부에서도 국민투표는 마지막 선택이 돼야 한다는 신중론이 만만찮다. 한 친이계 핵심 의원은 국민투표를 하면 대통령에 대한 신임투표로 변질될 수 있다고 경계했다.

친박(친박근혜) 진영은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중립 성향의 김성조 정책위의장은 이날 불교방송에 나와 (세종시 문제는) 국민투표를 실시할 사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국민투표를 하는 것은 국민통합에 도움이 안 될 것 같다고 반대했다.

세종시 국민투표 법적 근거 있나?

일부 친이계 의원들이 세종시 문제를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법적 근거는 헌법 72조다. 이 조항은 대통령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을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고 돼 있다. 세종시 문제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헌법학자들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서울대 성낙인 교수는 헌법 자구에 얽매일 필요 없이 직접 민주주의를 도입한 이상 세종시 문제를 국가의 주요정책으로 봐서 국민투표에 부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서강대 임지봉 교수도 헌법 72조는 대통령에게 국민투표 부의 권한과 대상에 대한 넓은 재량을 주는 조항이기 때문에 세종시 문제를 놓고 국민투표가 가능하다고 본다며 세종시 문제도 정부의 행정수도 기능의 분산이라는 측면에서 중대한 국가대사라고 강조했다.

반면 허영 헌법재판연구소 이사장은 세종시 문제는 국가안위에 대한 중대한 사안이라고 볼 수 없다. 헌법 조문을 확대 해석하더라도 국민투표 요건으로는 맞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투표를 실시할 경우 미디어관계법처럼 헌법재판소가 결정을 내리는 사태가 재발할 것을 우려하기도 했다. 서울대 정종섭 교수도 우리나라엔 정책에 대해 일반적 국민투표를 하는 제도가 없다. 따라서 세종시 문제는 국민투표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오래된 국민투표 논란

세종시 문제와 관련된 국민투표 논란은 행정중심도시특별법이 2005년 3월 국회를 통과했을 때부터 나왔다. 현재 법제처장인 이석연 변호사가 2005년 6월 행정중심도시특별법의 위헌 여부를 가려달라는 헌법소원을 제기하면서 국민투표 대목을 거론했다.

이 처장은 당시 헌법소원심판 청구서에서 국무총리와 정부부처 12개 등을 서울에서 지방으로 옮기는 것은 수도를 사실상 둘로 나누는 것이며, 이는 국가 안위가 걸린 중대사여서 국민투표를 거쳐야 한다고 밝혔다. 국가 안위가 걸린 사안에 대해 국민투표를 실시하지 않은 것은 헌법 제72조에 위배돼 위헌이라는 것이 헌법소원 청구 취지였다. 그러나 헌재는 이에 대해 각하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당시 헌재 결정 이후에도 한나라당 의원들은 국민투표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투표를 실시해도 문제

한국사회여론조사연구소가 지난달 26일 실시한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세종시 원안 수정이 40.5%, 원안 추진이 36.3%로 나왔다. 근소하게 원안 수정 여론이 높은 것이다. 하지만 국민투표가 실시된다면 그 결과를 쉽게 예단하기 힘들다.

그러나 우여곡절 끝에 국민투표를 해도 그 결과를 놓고 다시 논란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현행 국민투표법에 따르면 세종시 문제를 국민투표에 부친다고 해도 그 결과를 놓고는 정치적 해석을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중요 정책에 관한 국민투표는 헌법개정안을 처리할 때와 달리 가부에 대한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국민투표가 끝나면 대통령은 그 결과를 공포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을 뿐이다. 이에 따라 세종시 문제에 대한 국민투표가 실시되더라도 결국 또 다른 정치적 논란으로 번질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기현 정원수 kimkihy@donga.com need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