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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칵테일이 필요하다

Posted May. 06, 2009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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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9 재보선 참패 후 여권에서 정책 피로감이 고개를 들고 있다. 정치보다는 정책을 내걸고 승부수를 던진 이명박 정부의 아이러니다. 물론 그렇다고 MB 정책의 철학에 반기를 드는 것은 아니다. 대선과 총선을 거치면서 정책 방향에 대한 형식적인 정당성은 유권자들로부터 인정받았다. 문제는 방법론이다. 한나라당 소장 모임인 민본21이 밀어붙이기식 국정운영 방식 편향된 정책 기조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던 것도 방법론적 실패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당 안팎에서는 일방적인 정책 전달 방식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는다. 한 가지 정책 목표 때문에 희생되는 가치를 보전하거나 정책 집행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다양한 처방전을 일시에 동원하는 정책조합(policy mix)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근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이 내놓은 밤 10시 이후 학원 교습 금지 방안은 여당의 반대에 부닥쳐 있다. 6일 예정된 당정협의마저 무기 연기됐다. 곽 위원장은 물리력을 동원해서라도 우선 사교육 공급을 억제하겠다는 쪽이었다. 반면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사교육을 억누르면 그 수요를 어디선가 흡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요관리 대책이 부족하기 때문에 설익은 정책이라는 것이다.

3주택 이상 보유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폐지는 세제() 정상화와 부동산시장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추진한 정책이다. 똑같은 과세 대상(주택)에 서로 다른 세금을 매기는 것은 조세 원리상 맞지 않는다. 더욱이 50%를 넘는 고세율은 징세가 아니라 징벌이라는 게 정부의 주장이다.

하지만 여론은 싸늘하기만 했다. 세제 완화에 따른 집값 폭등 우려를 불식할 만한 장치가 없었기 때문이다. 현 정부는 주택 공급 확대를 주장하며 그린벨트 해제, 역세권 고밀도 개발 의지를 밝혀왔다. 하지만 아직까지 현실화된 건 아무것도 없다. 이에 반해 부동산 세제는 급격히 완화된 게 사실이다. 이 때문에 홍준표 원내대표조차 투기꾼에게 감세() 혜택을 준다고 비판했다.

비정규직 고용기간 연장 문제는 당초 7월 이후 비정규직의 집단 해고 우려 때문에 나온 것이다. 하지만 입안 단계에서부터 정부가 내놓은 100만 명 해고 사태에 대한 실증적 근거가 부실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은행이나 대기업은 지금 제도에서도 기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바꿀 수 있는데 일괄적으로 비정규직 고용기간을 연장해야 하느냐는 지적도 많았다. 처음부터 업종별, 기업규모별로 나눠 비정규직 양산법이라는 오해를 뿌리 뽑았어야 한다는 것이다.

신차를 사는 사람에 대한 세금 감면은 액면으로만 놓고 보면 소비자에게 무조건 이익이다. 그러나 형평성 시비를 예상하지 못했다. 경차는 이미 세금 감면이 되기 때문에 이번 조치로 얻는 효과가 없다. 저소득층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고 지적받는 이유다. 유독 자동차산업만 지원을 늘려야 하느냐는 비판도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다.

교육세 폐지와 수도권 규제완화는 정부가 보완대책을 마련해놓고도 실기()해 일이 커진 사례다. 목적세 정비를 위해 교육세를 없애되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내국세의 20%로 정해 교육세수 부족을 메우겠다는 게 정부 방침이었지만 제대로 홍보가 안 돼 교육계와 지방 정부의 반발을 샀다. 정부 여당은 최근 이를 20.5%로 늘려 1400억 원을 더 확보하겠다고까지 했지만 여전히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다. 수도권 완화는 지방 대책보다 먼저 발표해버려 선후가 뒤바뀌는 혼선을 불러왔다.

일각에서는 정책조합 부재를 놓고 정부의 이념 지향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나라당 권영진 의원은 정부가 좌편향 정책을 바로잡는 데는 열심이었지만 중도적이고 탈이념적인 부분에는 소홀했다고 말했다.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보수 철학은 사회의 안정을 기반으로 구현해야 하고 이는 계층 통합이 전제돼야 한다며 보수를 표방한 현 정부가 저소득층의 복지와 이해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고기정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