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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2억 누리꾼 사이버 인육수색 성행

Posted May. 06, 2008 07:44,   

중국 인터넷의 인물 색출 요지경

미국 유타 주 솔트레이크에 사는 한 티베트인은 지난달 중순 갑자기 자신에게 쏟아진 협박편지로 곤욕을 치렀다.

지난달 7일 프랑스 파리에서 베이징() 올림픽 성화 봉송을 방해한 인물로 잘못 지목돼 자신의 개인정보가 낱낱이 인터넷에 공개됐기 때문이다. 중국의 한 누리꾼이 파리 성화 봉송 당시의 사진을 통해 그를 검색 대상으로 수배령을 내린 데서 빚어진 일이었다.

쓰촨() 성 청두()에 사는 한 여고생은 인터넷 쇼핑몰에서 향수를 사고 물건값을 늦게 지불했다가 자신의 신상정보가 공개되는 것은 물론 직접 협박도 받았다.

쇼핑몰의 운영자가 올해 3월 초 중국의 토론 사이트 톈야에 누리꾼 한 명이 향수를 배달받고 돈을 내지 않는다는 글을 올린 것이 발단이 됐다. 이 여학생은 두 차례에 걸쳐 2160위안(약 32만4000원)어치를 주문해 배달받은 후 몇 차례 독촉 메일을 받았다.

그런 후 그의 이름과 사진, 학교 성적 등 상세한 개인정보가 인터넷에 올라왔다. 심지어 같은 청두에 사는 한 누리꾼은 신속히 사과하고 돈을 내지 않으면 가까이 사는 내가 가만 두지 않겠다고 협박하기도 했다.

중궈징잉()보는 최근 이 여고생의 사례를 소개하면서 톈야에 글이 올라온 후 불과 3, 4일 만에 여고생이 물건값을 지불하게 해 경찰보다 톈야가 더 유용하다는 말도 나왔다고 전했다.

지난해 12월 말에는 한 여성 누리꾼이 남편의 부정으로 괴로워하다 투신자살한 자신의 여동생에 관한 글을 인터넷에 올렸다. 그러자 누리꾼들이 투신자살한 여성의 남편, 그와 정을 통한 여성의 사진과 개인 자료를 찾아내 공개했다.

새로운 질서 만드는 것이 과제

중국 누리꾼들은 물건값을 지불하지 않은 여학생에 대해 상거래 질서를 흩트리고 쇼핑몰 운영자를 속이려 했다고 단죄했다. 그러나 물건값 지불이 늦어져 판매업체가 받은 피해와 개인정보가 공개돼 여고생이 당한 피해 중 어느 쪽이 더 큰지에 대한 토론은 없었다.

또 부정행위를 한 배우자를 고발한 사건에 대해서도 중국 언론은 누리꾼의 의분을 자아낸 결과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정상적인 법 절차가 무시된 채 당사자의 일방적인 주장만을 듣고 이뤄지는 인민재판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

솔트레이크의 티베트인처럼 뒤늦게 결백이 증명된다 하더라도 사실상 입은 피해를 나중에 만회하기는 어렵다.

이 같은 중국 누리꾼들의 인물 검색 행위는 올림픽 성화 봉송 방해자 찾아 응징하기를 통해 외부에 널리 알려지게 됐다. 인물 검색이 편협한 민족주의를 동원하는 도구로 전락할 수도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물론 아직도 각종 사회적 정보 교류가 원활하지 않은 중국에서 인터넷이 현실 세계에서 긍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해 10월 산시() 성 임업국이 공개한 야생 호랑이 사진이 허위로 밝혀지고 올해 3월 말 허난() 성 정저우()의 한 미장원이 14세 소녀의 머리를 깎은 후 12만 위안(약 1800만 원)을 받았다가 주인이 체포된 것도 모두 누리꾼의 힘을 보여주는 사례다.

하지만 이 같은 인터넷 인물 검색이 과도하게 사람을 단죄하고 처벌하는 데 이용되는 현실은 새로운 문제를 낳고 있다는 지적이 중국 내에서도 서서히 나오고 있다.

중국사회과학원 정보화연구중심의 장치핑() 비서장은 중궈징잉보에 인물 검색의 역량이 커지는 만큼 어떻게 (인터넷 내의)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갈 것인지가 과제라고 지적했다.



구자룡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