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첨기의 작은 구멍을 통해 1순위 지명 팀을 결정짓는 탁구공 하나가 떨어졌다.
흰색이었다.
허재 감독, 김광 코치, 장일 전력분석관 등이 앉아 있던 KCC 테이블에서는 와 하는 함성이 터져 나왔다. KCC가 그토록 바라던 1순위 지명권을 갖는 순간이었다.
잠시 후 허 감독은 단상에서 하승진이란 이름 석 자를 호명했다.
국내 프로농구 사상 최고의 관심을 보인 하승진 드래프트에서 최후의 승자는 KCC였다.
29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2008 한국농구연맹 국내 선수 신인 드래프트.
KCC는 연세대를 거쳐 미국프로농구(NBA)에서 뛴 경력까지 갖춘 초특급 센터 하승진(221.6cm)을 지명했다.
코치 겸 선수였던 삼보 시절에도 흰색 공으로 김주성을 선발했던 허 감독은 우리에게 흰 공이 돌아왔을 때 이제 됐다 싶었다. 거물을 뽑은 만큼 용병도 잘 선발해 정상을 노리겠다고 기뻐했다.
농구 선수 출신 하동기(200cm) 씨와 사이클 선수를 했던 권용숙(168cm) 씨 사이의 막내인 하승진은 삼일상고를 국내 최강으로 이끌며 아버지의 뒤를 이어 한국 농구 사상 두 번째로 고교생 대표가 됐다. 2004년 NBA 신인 드래프트에서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에 전체 46순위로 지명돼 한국인 사상 첫 빅리거가 됐으나 그 후 미국에서 힘겨운 2부 리그 생활을 하다 지난해 국내 컴백을 선언했다. 누나 하은주(202cm)는 일본에서 뛰다 국내로 돌아와 여자프로농구 신한은행에서 뛰고 있다.
아르헨티나 특급 김민수는 2순위로 SK 유니폼을 입었다.
지난해 중앙대의 38연승을 이끌었던 포워드 윤호영과 가드 강병현은 각각 동부와 전자랜드의 지명을 받았다.
이날 처음 시도된 인터넷 생중계에는 40만 명이 넘는 팬이 댓글을 올렸으며 KT&G를 비롯한 일부 구단 홈페이지가 다운될 만큼 뜨거운 열기를 보였다.
일부 대어급을 빼면 눈에 띄는 신인이 없었던 상황을 반영하듯 40명의 드래프트 신청자 가운데 22명만이 지명돼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보였다.
김종석 황인찬 kjs0123@donga.com hic@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