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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합의사항은 조금씩 양보

Posted January. 24, 2007 06:20,   

2002년 10월 2차 북한 핵 위기 이후 꿈쩍도 않던 북한과 미국이 조금씩 양보라는 원칙에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 외교소식통은 22일 북-미 양국이 상호 양보를 통해 작은 것에 합의하기 위한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상호불신이 큰 만큼 큰 타협은 어렵고, 작은 합의 도출을 통해 상대의 속마음을 파악해 간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17일 북-미 간 협의를 마친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의 긍정적 반응도 이런 분위기를 뒷받침한다. 그는 21일 러시아 공항에서 미국과 합의했다. 그래서 우린 좋다고 말했다.

조금씩 양보=한국 정부는 그동안 6자회담 협상에서 주고받을 메뉴 가운데 새로운 건 없다. 늘 나오던 재료를 요리할 뿐이라고 말해 왔다. 이런 점에서 미국과 북한이 주고받을 작은 선물 보따리는 공지의 사실이 된 상태다.

북한의 요구는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에 묶인 돈을 풀어 달라는 것이다. 지난해 사망한 백남순 외무상은 제재의 모자를 쓰고 협상장에 나올 수 없다고 말해 왔다.

미국은 이를 철저히 무시해 왔다. 한국 정부가 2005년 말 궁리해 낸 일부 합법자금은 풀어 주자는 제안도 돈에 꼬리표가 어디 있느냐며 외면했다.

하지만 이번엔 좀 다르다는 게 워싱턴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돈 오버도퍼 교수는 지난해 10월 재무부를 방문했더니 최고위 당국자가 구분 방법을 열심히 연구 중이라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 내 강경그룹은 부시 행정부가 지켜 온 원칙 훼손이라며 반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최종 합의라고 보기엔 이른 감이 있다.

북한이 미국에 줄 선물꾸러미는 평북 영변의 5MW 원자로의 가동 중단이다. 12월 열린 6자회담에서 미국이 조기 수확(early harvest)이라고 부른 선결 요구사항의 한 가지다. 다른 소식통은 아직 확정된 것은 없지만, 가동 중단을 확인하는 방법이 포함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전술 변화? 생각 변화?=주목해야 할 것은 미국과 북한의 속마음이다. 2005년 6자회담에서 가까스로 성사시킨 919 합의가 단 하루 만에 빛이 바랜 경험이 있어서다. 미국이 북한에 줄 경수로 문제 논의 시점을 둘러싼 해석 차 때문이었다. 하루 전날 서명했지만 바로 다음 날 북한과 한미일은 다른 소리를 했다.

워싱턴의 고위 소식통은 미국의 국내정치 상황이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했다. 실제로 919 합의는 허리케인 카트리나 구호 실패로 부시 행정부가 어떤 식으로든 성과물이 절실하던 때에 이뤄졌다.

올해 초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의 워싱턴 방문 때 수행한 관리들은 눈에 띄게 변한 미국의 유연함을 자주 거론했다. 그러나 유연해진 것이 협상 태도냐, 불법을 저지른 북한에 끌려 다니지 않겠다는 미국의 대북협상 원칙이냐는 질문에는 분명한 답이 아직 제시된 바 없다. 그만큼 미국이 북한의 고집스러운 요구를 선뜻 받아들일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김승련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