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4일 낮 김대중(DJ) 전 대통령과 2시간 동안 오찬을 함께했다. 1시간 정도 연세대 김대중 도서관 전시실을 둘러본 뒤 DJ의 서울 마포구 동교동 사저를 방문한 것.
북한 핵실험 사태와 관련해 두 사람은 북한이 핵실험으로 비핵화 선언을 위반한 것에 대해 분명히 책임을 묻고 따져야 하며 곧 재개될 6자회담에서 분명한 성과가 나와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고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DJ는 북핵 문제가 평화적이고 외교적인 방법으로 해결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노 대통령도 같은 생각임을 표시했다.
부동산 대책에 대해 DJ는 서민용 주택과 임대주택 등은 정부가 맡아서 충분한 물량을 공급해 주고 나머지 주택은 시장에 맡기되 세금을 부과하는 방향으로 생각해 봄 직하다고 말했고, 노 대통령은 정부의 주택공급 방향도 그렇게 추진해 오고 있고 앞으로 그런 방향으로 더욱 촉진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두 사람은 이날 열린우리당에서 일고 있는 정계개편 논의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었다고 윤 대변인이 전했다. 이날 오찬 일정은 김대중 도서관 전시실 개관을 축하하기 위해 청와대 요청으로 1주일 전 결정됐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두 사람의 오찬을 단순 회동으로 지나치기 어려운 정황이 많다. 여전히 호남에 지지 기반을 갖고 있는 DJ는 최근 대북정책과 관련해 적극적인 의견을 표시하고 있고, 그것이 현 정부의 대북정책 및 정계개편 논의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DJ는 최근 햇볕정책은 성공했다. 압박 일변도의 대북정책으로 북핵 사태를 악화시킨 미국이 현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북한 핵실험 직후 한미동맹을 중시하는 쪽으로 가는 듯한 태도를 보이던 정부는 대북 포용론자들을 다시 전면에 내세우는 등 자주노선으로 회귀하는 듯한 모습이다.
대북정책은 여권의 정계개편 논의와 직결되는 사안이다. DJ의 햇볕정책 노선을 계승하느냐 여부가 여권 정통성 확보의 주요한 관건이 되고 있다. 여권의 호남 출신들 사이에서는 향후 정계개편에서 노 대통령을 배제해야 한다는 소리가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여권의 정계개편 논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한나라당이 5일 두 사람의 만남 자체가 이미 정치적 행위라고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나라당 김정훈 정보위원장은 노 대통령은 호남이라는 확실한 지역 기반을 바탕으로 정계개편의 중심 역할을 할 수 있는 DJ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며 DJ가 최근 상왕()정치를 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정연욱 jyw11@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