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집권 4년차 진입을 앞두고 2일 단행한 4개 부처 개각은 국정 운영의 효율성 제고보다는 여권의 인재 풀이 한계를 드러낸 상황에서 보은() 인사 등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분석된다. 야당에서 일제히 국민은 없고 정치적 고려만 반영됐다는 혹평이 쏟아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 나물에 그 밥=이번에 입각하는 인사들은 모두 노 대통령과 가까운 청와대와 열린우리당 인사들로 참신함과는 거리가 멀다.
김우식()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 장관 내정자는 1년 6개월간 대통령비서실장(2004년 2월2005년 8월)으로 재직했고, 이종석() 통일부 장관 내정자는 2003년 3월부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으로 외교안보 분야에서 대통령의 최측근 참모로 활동해 왔다.
정세균() 산업자원부 장관 내정자는 열린우리당 정책위의장과 원내대표, 임시 당 의장을 두루 맡아 왔다. 2002년 대선 당시 민주당 사무총장을 지낸 이상수 노동부 장관 내정자는 13대 국회 때부터 노 대통령과 각별한 사이다.
이날 개각 발표에선 빠졌지만 보건복지부 장관에 발탁될 가능성이 높은 열린우리당 유시민 의원도 노 대통령의 측근.
청와대 측은 참여정부 4년차를 맞아 각종 국정과제를 차질 없이 마무리하는 데 중점을 둔 인선이라고 설명했지만 야당 측에선 그 나물에 그 밥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봐주기 보은 인사=이 노동부 장관 내정자에 대해선 특히 보은 인사 논란이 뜨겁다.
그는 2002년 대선에서 민주당의 불법 대선자금에 연루돼 사법 처리됐지만 지난해 8월 사면됐고 두 달 뒤인 1026 국회의원 재선거(경기 부천 원미갑)에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이번에 그를 장관으로 발탁해 대선자금과 관련해 그에게 진 빚을 갚은 셈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통일부 장관 내정자의 경우 그동안 NSC 사무차장으로 외교안보 관련 부처 전반에 걸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월권을 둘러싼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김 부총리 내정자의 경우 지난해 8월 대통령비서실장에서 물러난 후 입각설이 끊이지 않았다. 일찌감치 보은 인사가 예고됐던 셈이다.
장관직은 경력 관리용?=열린우리당 정 의장의 산자부 장관 기용에 대해선 여당의 중진급 인사들의 경력을 업그레이드하는 차원에서 발탁이 이루어진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유 의원이 복지부 장관으로 유력시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이번에 당에 복귀한 정동영 전 통일부, 김근태 전 복지부 장관 및 천정배() 법무부 장관의 경우도 대통령이 이들의 정치 경력을 관리하기 위해 장관 수업을 시킨 케이스라는 평가가 많다.
야권에선 장관직이 대권 수업을 위한 징검다리인가라는 비판도 나온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가 이번 개각으로 정 의장과 유 의원도 자연스럽게 대권 후보군 반열에 오른 게 아니냐고 말한 것은 이 같은 분석이 틀리지 않음을 뒷받침한다.
2월 2차 개각은 지방선거 총동원령?=청와대는 열린우리당의 218 전당대회 이후 자연스럽게 5월 지방선거 출마자들을 고려한 개각을 예고하고 있다. 현직 장관 중에서 지역별 경쟁력이 있다면 언제든지 차출하겠다는 뜻이다.
김완기 대통령인사수석비서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지방선거 출마를 희망하는 분이 있다면 공직사퇴 시한이 4월 1일이기 때문에 2월 말이나 3월 초엔 (교체)해 줘야 하지 않겠느냐며 지방선거용 개각을 예고했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최근 기자와 만나 참여정부가 필요로 한다면 결국 그만두고 출마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5월 지방선거가 향후 정국의 분수령이라는 점에 비춰 볼 때 2차 개각은 내각은 물론 청와대 고위 관계자들까지 대거 징발하는 규모가 될 것이라는 게 여권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렇게 될 경우 국정 운영의 필요성보다는 선거 등 정치 일정에 맞춰 여권 인사를 재배치하는 형식의 개각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정연욱 jyw11@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