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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대통령 삼성 거리두기?

Posted December. 12, 2005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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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를 국빈 방문 중인 노무현() 대통령이 10일 오전(현지 시간) 말레이시아 세렘반에 있는 삼성의 한국투자기업단지를 둘러보면서 시종 말을 아껴 눈길을 끌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삼성 측 임원이 기업 현황을 브리핑할 때도 묵묵히 듣기만 했고, 1층 사무실과 2층의 TV 브라운관 전자총라인을 둘러볼 때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그동안 해외 순방 때 외국 현지의 한국 기업인들에게 했던 의례적인 찬사도 없었다.

시찰을 끝낸 노 대통령은 미리 준비해 놓은 동판 방명록에 한국과 말레이시아 경제협력의 성공 모델이 되어주시기를 바랍니다라는 메시지가 새겨진 것을 보고 다른 것은 다 나와 있으니까 이름만 쓰면 되겠다. 손이 떨린다며 그 위에 사인펜으로 서명만 했을 뿐 삼성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

세렘반 한국투자기업단지는 TV 브라운관을 만드는 삼성SDI 등 삼성계열 4개 법인을 중심으로 한국협력업체 35개와 현지 업체 360개사가 밀집한 삼성의 현지 거점이다.

이날 노 대통령이 보인 태도는 4월 터키의 현대자동차 공장을 방문했을 때와는 크게 달랐다. 노 대통령은 당시 현대가 한국에서 성장해 온 과정을 한국민들은 현대의 신화라고 한다며 현대차와 터키가 손잡고 크게 성공해 전 유럽까지 확산시키길 바란다고 치켜세웠다.

노 대통령의 삼성단지 시찰은 당초 45분 정도로 예정됐으나 실제론 20분 만에 끝났다. 이 때문에 노 대통령의 침묵을 최근 여권과 삼성 간의 불편한 관계와 연결짓는 해석도 나돈다. 삼성에 대한 의례적인 찬사조차 자칫 불필요한 논란의 불씨가 될 것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다.

삼성생명 등의 계열사 초과 지분을 문제 삼은 금융산업구조개선에 관한 법의 처리 및 삼성 측이 연루된 도청 X파일 사건 등으로 인해 여권과 삼성 간에 형성된 한랭전선은 아직 풀리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청와대 관계자는 원래 일정이 단순히 공장 시찰만 하는 것이었다며 정치적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정연욱 jyw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