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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집음반 포엠뮤직낸 이루마

Posted November. 23, 2005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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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피아니스트, 시인 되다

5세 때 아이가 제일 좋아한 장난감은 피아노였다. 피아노 치는 누나 옆자리에 앉아 건반을 마구 두들겼다. 작곡을 공부하러 떠난 영국 유학시절 내 곡을 직접 연주할 때 가장 행복하다며 피아노 곁을 떠나지 않았다. 마침내 자신의 이름처럼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의 꿈을 이룬 27세 청년은 내친김에 시인()을 꿈꾸고 있다. 29일 2년 만에 발표하는 4집 포엠뮤직에서 이루마는 자신이 쓴 시에 곡을 붙인 시 음악 12곡을 선보인다.

음악 시인이 되고 싶었어요. 주제는 새벽 4시로 잡았답니다. 새벽 4시 집 근처 삼청동 길, 눈 내리는 겨울 새벽 등 저에게 가장 예민한 시간을 담아보고 싶었죠.

#2. 작곡가, 아날로그를 연주하다

21일 오후 서울 경복궁 근처에 있는 이루마의 오피스텔에서 그의 4집 음반을 들었다.비코즈 아이 러브 유, 더 세임 올드 스토리 등 피아노만으로도 빛나는 곡들을 비롯해 포토그라피아 등의 수록곡은 어쿠스틱 기타와 첼로를 곁들였다. 예전의 키스 더 레인처럼 감동을 압축적으로 전달하지는 않지만 아날로그적 감성은 전작의 몇 배 이상이다.

밴드 음악, 전자 음악 등 음악적 변신을 생각했는데 피아노를 빼니 너무 허전한 거 있죠. 저는 지금의 제 음악을 고집하고 싶어요. 사람들이 이 음악 이루마 스타일이네라고 알아줄 때가 가장 기분 좋거든요.

#3. 한 남자, 희망을 연주하다

유키 구라모토, 앙드레 가뇽 등 외국 연주자들이 주도했던 국내 피아노 음악 시장에서 2001년 데뷔 앨범 러브 신으로 선풍을 일으켰던 이루마. 그는 올가을 연인 사이였던 탤런트 김지우(22)와 헤어진 뒤 한동안 우울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집에 틀어박힌 채 앨범 작업에만 몰두했다. 그러나 그의 음악엔 비가()가 없다. 오히려 희망적이다.

만약 그 때를 추억하는 곡을 수록했다면 제 스스로 미련이 남았다는 증거겠죠. 전 이미 다 정리했어요. 좋은 것만 생각하고 싶고 언젠가 또 다른 사람을 만나기 위한 연습이었다고 생각할래요.

25일 포항을 시작으로 23개 도시 전국 투어를 시작하는 그는 머리 속에 공연 생각 밖에 없다며 밝게 웃었다. 그에겐 변함없이 피아노가 있기 때문일까.



김범석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