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오피니언] 김경규•김양균•하성철 교수

Posted October. 21, 2005 03:04,   

日本語

1953년 4월, DNA의 이중나선 구조에 관한 논문이 과학전문지 네이처에 실렸다. 한 페이지에 불과한 이 논문은 과학사에 1953년의 혁명으로 남은 기념비적 발견이다. 이전까지 과학자들은 생물체는 너무 복잡해 과학법칙으론 설명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DNA 발견으로 인간까지도 분자 단위로 쪼개서 분석하고 연구할 수 있는 대상이 된 것이다. DNA의 정체가 드러나자 신이 창조한 생명의 영역을 넘볼 수 있게 됐다.

그로부터 52년의 세월이 흐른 2005년 10월 같은 네이처에 성균관대 김경규 교수와 하성철 박사, 중앙대 김양균 교수의 논문이 표지논문으로 실렸다. 그동안 풀리지 않았던 B형 DNA에서 Z형 DNA로 변환되는 과정을 밝혀낸 것이다. DNA 연구에 마침표를 찍은 쾌거다. 이들이 토종 학자인 점은 더욱 자랑스럽다. 김경규 교수는 서울대를 나와 서울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하성철 박사는 경상대를 나와 성균관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외국 유학을 다녀오지 않고 국내에서 연구를 해 온 과학자들이 놀라운 성과를 올린 것은 하나의 희망이다. 이공계 지망생에게 역할 모델로서 자신감과 가능성을 선사한다. 김경규 교수는 국내 생물학계가 1990년 후반 이후 급성장하고 있다면서 연구 여건을 비롯해 기초적인 틀을 갖추게 되면 더 좋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불리한 환경에서 경쟁하는 국내 과학자들의 분투가 돋보인다.

DNA 발견은 상대성이론과 함께 20세기 최고의 발견이다. 생명과학 분야를 발전시켜 인간의 삶을 획기적으로 향상시켰다는 점에서 21세기에도 높은 평가를 받을 것이다. 미국의 제임스 잡슨과 영국의 프랜시스 크릭이 DNA 구조를 발견했던 1953년, 한국은 가난했고 전쟁 중이었다. DNA 연구의 완결 편을 한국인이 마무리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잡슨은 그의 저서 이중나선에서 DNA 발견은 생명 연구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과학도 이번 연구가 시작이었으면 좋겠다.

홍 찬 식 논설위원 chansi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