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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수능 전파탐지기

Posted September. 27, 2005 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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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로 문자를 보내기는커녕 받은 문자 볼 줄도 모르던 기성세대는 지난해 경악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이용한 대규모 부정행위라니! 디지털 키드들은 수능 부정행위가 이미 관습헌법이고, 휴대전화 부정은 기본 수준이라고 인터넷을 통해 잇따라 고발했다. 그게 큰 잘못이냐는 이들 대신, 사회 원로들이 우리가 잘못 교육한 탓이라며 회초리로 스스로 종아리를 쳤다.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은 곧바로 모든 수능 시험장에 휴대전화 전파 차단장치를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2월 국무조정실에선 첨단 카메라펜에 의한 부정행위 등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은 미래 도구들을 봉쇄할 조치를 마련하겠다고도 했다. 3월 교육인적자원부는 시험장마다 전파탐지기를 배치하겠다는 야심 찬 대책을 내놓았다. 부정행위 없는 수능시대가 열리는 듯했다.

수능 시험 날짜(11월 23일)가 두 달도 안 남은 지금, 올해 전파탐지기 사용은 힘들다는 것이 밝혀졌다. 국내 시제품이 늦게 나온 데다, 국산과 수입 제품 시연에서 휴대전화 이용자를 제대로 찾아내지 못할 만큼 문제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시험장 전파차단기 또한 정통부에서 부정적 태도를 보이고 있어 설치가 될지 의문이다. 지금껏 허송세월만 했다는 얘기다. 이번 수능에서도 휴대전화와 첨단 미래 도구까지 동원한 부정행위가 판친다면, 그 책임을 누가 질 건가.

휴대전화 수능 부정행위는 교육부터 양심불량까지 우리사회의 총체적 부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건이었다. 이에 대한 대응 역시 정부의 총체적 부실을 여실히 보여 주고 있다. 교육부와 광주교육청은 40여 건의 관련 제보를 받고도 조사와 대책 마련을 태만히 했다. 감사원의 관련자 징계 요구에 대해 광주교육청은 제 식구 감싸기로 가볍게 끝냈다. 전파탐지기 등 요란하게 발표된 로드맵은 결국 말로만으로 그치게 됐다. 어린 학생들한테까지 국정 관리 수준을 완전히 노출했으니, 이러다 정부를 수시로 능멸하는 행위가 번질까 걱정스럽다.

김 순 덕 논설위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