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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촌상 영광의 얼굴들

Posted September. 13, 2005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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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회 인촌상 수상자가 선정 발표됐다. 인촌 김성수 선생의 탄생 114주년이 되는 올해는 언론출판, 산업기술, 자연과학, 인문사회문학의 4개 부문에서 탁월한 업적을 남긴 인사들이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번 심사는 부문별로 전문가 4, 5명이 참여한 가운데 3개월간 엄격하게 진행됐다. 수상자들의 공적, 수상소감 등을 소개하고 이를 통해 인촌상의 의미를 되새겨 본다.

언론출판부문 관훈클럽

중견 언론인 모임인 관훈클럽(총무 박정찬•정 연합뉴스 경영기획실장)이 인촌상 언론출판부문 수상자로 선정된 것은 이례적이다. 단체가 인촌상을 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이는 관훈클럽이 한국 언론계의 발전에 끼친 영향이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1957년 척박한 언론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만들어진 관훈클럽은 창립 초기부터 스타일북 제정을 위한 연구, 한글 문체 개발, 언론 윤리의 강조, 취재 과정에서의 문제점 교정 등 저널리즘의 보편적 기준을 언론계에 보급하는 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쳐왔다.

또 관훈토론회 등을 통해 사회 공론 형성에도 기여했다. 특히 1987년 대선 당시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김종필() 후보 등 4명을 초청해 날카로운 질문으로 그들의 정견을 듣는 등 선거 문화의 발전과 민주적 토론 풍토 정착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언론인에 대한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1977년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동생 정신영 기자의 유지를 기리기 위해 만든 신영연구기금을 통해 과제 연구와 저술 760건, 언론인 67명의 해외연수를 지원했다.

박 총무는 소속 회사가 다른 회원끼리 힘을 합쳐 언론계의 맏형 역할을 했다는 점이 인촌상 수상의 이유가 된 것 같다며 2007년 창립 50주년을 앞두고 7인 위원회를 구성해 더욱 발전적인 앞길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공적

1957년 창립 이래 언론 자유와 언론의 질 향상에 크게 기여해왔다. 또 언론의 윤리 확립 및 언론인의 국제화를 위한 노력의 선구자 역할을 했다. 신문의 날 제정, 편집인협회 창립도 주도했다.

1977년부터 국내외 명사를 초청해 130여 차례의 토론회를 개최해 공론의 장을 마련했으며 신문 윤리강령 제정, 언론인 연수 등 다양한 사업을 통해 언론 발전에 공헌했다.

산업기술부문 정몽구 씨

뜻 깊은 큰 상을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자동차 산업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에게 주는 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몽구(•67•사진)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은 한국 자동차 산업의 지속적인 성장과 국가 경제 발전에 더욱 매진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현대•기아차를 세계 초일류 자동차 회사로 키우겠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정 회장은 품질 경영과 현장 경영을 통해 한국의 자동차 산업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려 기업 경쟁력을 높이고 외환위기 극복에도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시간이 나는 대로 연구소와 공장 등 현장을 돌아다녔습니다. 품질을 높이는 게 현대•기아차의 최우선 과제라는 점을 전 직원과 함께 공유하도록 노력했습니다.

그는 기업 경영의 기본은 고객에게 있다고 확신한다. 고객에게 최상의 품질과 기술, 서비스를 제공하고 믿음과 확신을 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정 회장은 올해 5월 열린 현대차 미국 앨라배마 공장 준공식을 잊지 못한다.

현대차가 세계 최대 시장이자 선진 자동차 메이커들의 격전장인 미국에 공장을 세운 것은 더는 세계 자동차시장의 변방이 아니라 당당히 중심에 서서 선진 메이커들과 본격적인 경쟁을 시작했다는 뜻이죠.

그는 기업의 가장 중요한 사회적 책임은 고용 창출과 국가 경제 발전이라며 전후방 연관효과로 국가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자동차 산업에 종사하는 것은 경영자로서뿐만 아니라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도 뿌듯하다고 강조했다.

-공적

한양대 공대를 졸업하고 1974년 현대자동차서비스 대표를 시작으로 경영자의 길을 걸었다. 1996년 현대그룹 회장에 이어 1998년부터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을 맡고 있다. 30여 년 동안 자동차 철도차량 기계 등 국가 기간산업의 국제경쟁력 강화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가 뽑은 자동차 부문 2004년의 최고경영자(CEO)로 선정되기도 했다.

자연과학부문 황우석 씨

이보다 더 큰 격려는 없습니다. 국가와 민족의 발전을 위해 연구에 매진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자연과학부문 수상자 황우석(•52•사진) 서울대 석좌교수는 올해 국내외에서 10여 차례 과학상을 받았다.

그러나 이번 상만큼은 감회가 남다르다고 한다. 일제 치하 애국의 심정으로 학문과 언론을 일으켜 세운 인촌 선생의 철학이 고스란히 담긴 상을 받기 때문이다.

황 교수는 작년부터 세계 생명공학계를 뒤흔드는 연구 성과를 연거푸 쏟아냈다. 그 가운데 인간배아 줄기세포 추출은 면역 거부반응 없이 각종 난치병을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해 세계적인 찬사를 이끌어 냈다.

현재 전 세계 10여 개 연구팀과 공동으로 줄기세포 응용연구를 하고 있어요. 줄기세포에 관한 한 한국은 이미 확고한 지위를 누리고 있습니다.

최근 황 교수의 뒤를 바짝 쫓고 있는 영국의 한 과학자는 한국의 줄기세포는 자동차에 비유하면 최고급 승용차인 벤츠 급이라고 평가했다.

황 교수가 추진하고 있는 또 하나의 특급 프로젝트는 장기이식용 복제돼지의 생산.

한국 미국 영국 일본 등 4개국이 치열한 연구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인간에게 장기를 이식할 때 면역 거부반응이 일어나지 않게 3, 4개의 유전자를 동시에 변형시키는 것이 과제다.

그는 줄기세포와 복제돼지 연구는 한국이 난치병을 정복하는 중심 국가로 우뚝 서는 열쇠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적

서울대 수의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1986년부터 수의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다. 작년 2월과 올해 5월 인간배아 줄기세포 추출, 올해 8월 복제 개 스너피 탄생 등 세계적인 연구 성과를 일궈 냈다.

과학기술훈장 창조장(2004년) 대한민국 최고과학기술인상(2004년)을 수상하고 제1회 닮고 싶고 되고 싶은 과학기술인(2002년)으로 선정됐다.

인문사회문학부문 김우창 씨

큰 업적을 남기신 분들도 많은데 아마추어가 상을 받으려니.

인촌상 인문사회문학부문 수상자인 김우창(•68•사진) 고려대 명예교수는 자신은 아마추어라며 편한 시대에 태어난 덕을 봤을 뿐이라고 말했다. 산업화와 민주화라는 과제가 워낙 절실한 시대였기 때문에 아마추어의 글을 세상이 관대하게 읽어줬다는 겸허한 설명이다.

영문학자이자 문학평론가로 활약한 김 교수의 관심영역은 철학, 예술, 사회과학을 두루 아우르고 있다. 그러면서도 그의 사유는 폭넓은 독서를 바탕으로 한 치밀한 논리로 무장돼 있다.

그의 저작들에 대해 한국어가 도달한 최고의 아름다움을 보여 준다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의 이런 성취는 흔히 심미적 이성주의로 요약된다.

이성주의가 공동체의 규율을 만들기 위한 틀이라면 심미성은 그것을 현장에서 실천할 때 필요한 덕목입니다. 법을 만들어 내는 것이 이성주의라면 현실에 적용할 때는 법대로를 넘어선 현장의 판단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심미성입니다.

10월에 열리는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주빈국 조직위원장과 이달 중순 이탈리아에서 열릴 세계비교문학회 부회장을 맡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그는 아직도 탐구심이 여전했다.

한국의 전통문화를 근대적으로 해석해 보고 싶습니다. 조선시대 과거()에는 왜 시가 필요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직업적 문인은 없었을까 같은 문제를 풀어가고 싶습니다.

-공적

교수로서, 평론가로서 한국의 인문학을 한 단계 높이는 데 기여했다. 우리 문학과 인문학에 중후하면서도 섬세한 깊이의 새 지평을 열었으며 후속 세대에 큰 지적 영향을 미쳤다.

서울대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1975년 미국 하버드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서울대와 미 뉴욕주립대(버펄로)를 거쳐 19742002년 고려대 영문학과 교수를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