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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앞서 1인시위라도 할 참

Posted August. 31, 2005 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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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일 났다. 태릉선수촌이 울고 있다. 한때 하루 450명의 국가대표선수들이 북적였던 이곳이 요즘엔 하루 250명 정도가 겨우 훈련을 하고 있다. 이유는 훈련비 부족 때문. 올 예산 98억 원은 일찌감치 바닥이 났다. 지금은 다른 곳에서 17억 원을 급히 돌려쓰고 있지만 이것조차 얼마 안 있으면 모자라는 상황.

4월 사상 첫 여성 수장으로 부임한 이에리사 촌장(51). 그는 요즘 잠이 안 온다. 흰머리가 부쩍 늘었다. 25일 혼자 속을 태우고 있는 그를 선수촌에서 만났다.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라도 벌일 참입니다. 그래도 안 된다면 역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들과 함께 길거리에 나가 국민에게 직접 호소를 해야죠. 이대로라면 올 하반기 2개월은 동계올림픽 참가 4개 종목을 빼놓곤 사실상 훈련을 중단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도 대부분 종목은 한 달에 15일만 훈련을 하며 비상 운영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국가대표선수는 45개 종목에 모두 1203명. 올 훈련비 98억 원은 이들이 105일(3.3개월) 동안 입촌 훈련하는 것을 기준으로 책정됐다. 하지만 실제 이 비용으론 턱없이 모자라 지금보다 60억 원은 더 있어야 훈련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실정. 10월 마카오 동아시아대회와 내년 2월 토리 노동계올림픽, 12월 카타르 아시아경기대회를 앞두고 앞이 캄캄하다.

우선 당장 다음 달 1일부터 남자핸드볼, 배구, 당구, 야구, 보디빌딩, 카누, 사이클, 승마, 골프, 럭비, 근대5종, 소프트볼, 스쿼시, 트라이애슬론, 세팍타크로, 아이스하키, 요트, 컬링이 훈련을 할 수 없게 되고 11월부터는 육상, 수영, 여자체조, 농구, 축구, 공수도, 조정, 하키, 볼링, 정구, 테니스, 우슈, 댄스스포츠가 훈련종목에서 제외됩니다.

이 촌장은 명색이 금메달의 산실인 태릉선수촌 훈련비가 프로스포츠 1개 구단의 예산보다 적을 수 있느냐며 목청을 높인다. 금메달 딸 때는 난리법석을 떨다가도 좀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무관심한 정치권에도 서운하다. 그뿐인가. 훈련 환경도 열악하기 짝이 없다.

배구 유도 훈련장인 승리관(1973년 건축)이나 보조 웨이트트레이닝장인 감래관(1978년 건축)은 너무 낡아 외벽에 금이 가고 장마 땐 곰팡이 냄새가 코를 찌릅니다. 또 남자선수 숙소는 습기가 자주 차서 개보수가 시급합니다.

이 촌장은 1973년 유고 사라예보 세계탁구선수권 여자 단체전 우승 주역. 누구보다도 선수들의 심리를 잘 안다. 공부 잘하는 대표선수들도 많아 흐뭇하다. 운동선수는 사기를 먹고 산다. 하지만 사기를 올려 주기는커녕 훈련비조차 없으니 선배로서 참담한 생각이 들 뿐이다.

이래저래 요즘 이 촌장은 속에서 천불이 난다.



김화성 mar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