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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자에 희망 촛불 건넨다

Posted August. 30, 2005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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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이 퇴직자 챙기기에 나서고 있다. 재취업 알선부터 퇴직자 모임 마련, 재고용까지 범위가 다양하고 직원들의 호응도 높다. 주로 정부나 사회단체의 영역으로 여겨져 온 점을 감안하면 적잖은 변화다.

늘어나는 퇴직자 프로그램

은행원 S(34) 씨는 올해 3월 뜻밖의 해고 통지를 받았다. 실적 부진으로 승진에서 잇따라 누락됐다는 것이 이유. 당장의 생계를 위해 다른 직장을 알아보기도 했지만 불황 속에서 재취업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다니던 은행에서 뜻밖의 전화를 받은 것은 5월 말경. 계약직으로라도 다시 일해 보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이 은행은 6월부터 S 씨를 비롯해 6명의 퇴직자를 엄선해 문서 관리와 전산 업무에 재취업시켰다.

퇴직자 지원 프로그램은 대규모 명예퇴직이 일어난 회사에서 특히 늘어나는 추세다.

올해 5월 구조조정을 한 SKC는 희망자에 한해 퇴직자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외부 업체에 위탁해 진행되는 프로그램 참가자는 약 100명. 1인당 300만 원인 컨설팅 비용은 회사가 부담한다.

최근 경영난으로 160명을 퇴직시킨 기술신용보증기금은 간부 직원의 수요가 큰 신용정보회사 등 유관 기관을 대상으로 인력 마케팅을 하고 있다. 빚을 받아 내는 추심()부서 등 업무숙련도가 필요한 부서에는 옛 담당자들을 계약직으로 채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LG전자도 퇴직 임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아웃플레이스먼트(outplacement) 프로그램을 정리 탐색 새 출발 등 세 단계로 나눠 진행 중이다. 회사 측은 출근할 수 있는 사무실과 함께 재테크 정보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직원 기 살리기와 사회 고통 분담

기업의 퇴직자 지원 프로그램은 무엇보다도 남아 있는 직원들에게 고용에 대한 불안감을 덜어주기 위한 것.

한 회사 관계자는 강제 퇴직 등으로 어수선한 분위기를 잡고 불안한 미래를 걱정하는 현재 직원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 큰 목적이라고 말했다. 퇴직자가 임원급 이상이면 회사와의 유대 관계를 공고히 하려는 목적도 있다.

두산그룹은 올해 5월 현직 사장단과 퇴직 임직원 200여 명이 참여하는 두산회를 발족했다. 이들을 위해 별도의 사무실을 제공하고 모임 홈페이지 개설, 정기 산행 등 각종 행사를 지원한다.

일본 등 일부 선진국에서는 정년 이후 인생도 회사가 챙긴다는 개념이 꽤 확산돼 있다.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 중인 한국에서도 참고할 만하다. 하지만 자금 부족으로 이를 도입하는 회사가 아직 많지 않고 재고용을 하더라도 계약직에 그친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유재동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