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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리메이크 음반 뜬다

Posted August. 03, 2005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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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 대중음악계의 키워드 중 하나는 리메이크였다. 나얼, 김범수, 이수영, 박효신 등이 잇달아 리메이크 음반을 발표했다. 히트곡 재창조냐 안일한 음반 제작이냐 논쟁의 와중에도 나얼의 리메이크 음반 백 투 더 솔 플라이트는 21만 장 이상 팔려 2005년 상반기 베스트셀러 음반 2위를 차지했다.

리메이크 붐은 최근 한층 더 진화하고 있다. 댄스음악으로만 엮은 음반, 한 가수의 히트곡만 부른 음반 등 기획성 리메이크 음반이 출시돼 주목받는 것. 리메이크 제 2라운드의 시작인가?

장르별 리메이크댄스, 록

기획 리메이크의 포문을 연 것은 김현정의 리메이크 음반 펀 다운 20이다. 6월 23일 발매된 이 음반의 주제는 댄스. 1980년대 가수 계은숙이 일본에서 발표한 엔카 곡 스즈메노 나미다를 아파요로 리메이크한 것을 비롯, 김수희의 정거장, 송골매의 어쩌다 마주친 그대, 그룹 립스 잉크의 히트곡 펑키 타운 등 발라드, 록, 트로트, 엔카 등 다양한 장르의 곡들을 모두 댄스곡으로 리메이크 했다. 김현정은 여러 선배들의 곡을 여름에 맞게 시원하고 신나게 댄스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여성 로커 마야는 록 리메이크 음반 소녀시대를 7월 2일 발표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아웃사이더, 김수철의 못다핀 꽃 한송이, 다섯손가락의 새벽기차 등 1980, 90년대 히트했던 록 음악을 마야 스타일로 재해석했다. 마야는 데뷔 전부터 어렸을 적 즐겨 불렀던 선배 가수들의 노래 위주로 록 리메이크 음반을 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편 개그우먼 조혜련도 리메이크 음반 아나카나를 발표했다. 그룹 둘리스의 원티드를 아나카나로, 신디 로퍼의 쉬 밥을 쉰 밥으로 부르는 등 1970, 80년대 국내에서 인기를 모았던 팝 히트곡들을 실제 철자와는 관계없이 발음 나는 대로 부른 코믹버전이다.

테마별 리메이크조용필, 1980년대 인기가요

3인조 그룹 엠시 더 맥스는 추억 속의 재회, 돌아와요 부산항에, 그 겨울의 찻집 등 조용필의 히트곡 15곡을 리메이크한 음반 메모리 트래블러를 지난달 28일 발매했다. 올 상반기 최고의 인기를 모은 3인조 그룹 SG워너비는 해바라기의 내 마음의 보석상자, 햇빛촌의 유리창엔 비, 전영록의 종이학 등 1980년대 히트곡들만 모은 리메이크 음반 SG워너비 리메이크 클래식을 다음달 발매할 예정이다. SG워너비는 40대 이상 중, 장년층에도 어필할 수 있는 리메이크 음반을 만들고 싶었다고 기획의도를 설명했다.

집중성과 지루함 사이

기획성 리메이크 음반의 출현 이유로는 리메이크가 대중음악계에 하나의 문화적 스타일로 자리매김해가는 현상 여러 장르와 가수를 비벼놓은 기존 리메이크 음반에서 탈피해보려는 시도 한 가수의 특성과 장점을 부각하려는 의도 등이 꼽힌다.

그러나 근본 원인은 여전히 장기화된 음반시장의 불황이라고 대중음악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음악평론가 강 헌 씨는 기획성 리메이크 역시 신곡을 내놓았다가 반응이 없으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이 반영된 가수들의 소극적 자구책이라고 말했다. 음악평론가 임진모 씨는 기획성 리메이크 음반은 단순 짜깁기를 벗어나 한 가수의 개성과 전문성을 분명히 드러내줄 여지가 있다고 긍정적인 측면을 평가하면서도 동전의 양면처럼 한 장르나 한 가수의 히트곡을 수록한다는 장점이 쉽게 싫증을 느끼게 하는 단점도 된다고 지적했다.



김범석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