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집 한 채뿐인 중산층 징벌 같은 세금

보유세제 개편 후 올해 처음 나온 세금 고지서를 받아든 서울의 자가() 소유자들 사이에서 해도 너무 한다는 불만이 퍼지고 있다. 장사가 안 되고 월급이 줄어든 판에 세금만 급증하니 가렴주구()가 따로 없다는 원성이 높다. 일부 구청 직원은 분노가 담긴 문의전화를 처리하느라 휴가를 미룰 정도라고 한다. 서울시내 3040평형대 아파트 소유자의 재산세 부담액은 작년보다 4050%가량 늘었다.

1가구 다주택 보유자에 대한 상대적 중()과세는 사유()재산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이해될 수 있다. 부동산 투기 억제와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 기회 확대 같은 명분에서 사회적 합의가 가능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 거주하는 집 한 채를 소유한 중산층의 보유세를 한꺼번에 50%나 늘리는 것은 징벌()에 가까운 세금 인상이다. 아파트에 종합부동산세(종부세)가 처음 부과되면서 기준시가 9억 원 이상 아파트 소유자의 세금 부담도 크게 늘어났다. 서울 강남을 비롯한 수도권의 중대형 아파트 중 상당수가 종부세 부과 대상이다.

생활 여건이 좋은 지역의 넓은 집에서 살고 싶은 것은 기본적인 욕구이며, 이런 욕구가 있기에 더 일하고 결국 경제가 활성화되는 것이다. 주택이 투기 수단이 될 정도로 가격이 오르는데도 1가구 1주택으로 만족하고 사는 국민은 정부 시책에 순응한 사람들이기도 하다.

정책의 실패는 인정하지 않으면서 단지 집값이 뛰었다는 이유만으로 이들에게 호화주택에 해당하는 세금을 매기는 것은 행정() 권력의 횡포다. 이들은 자녀의 학교와 일터 때문에 이사할 처지도 못돼 집값이 올랐다고 해서 당장 팔아 이익을 실현할 수도 없다.

그런데도 정부와 여당은 한발 더 나아가 종부세 과세 대상을 9억 원 이상 주택 보유자에서 6억 원 이상으로 확대하고 재산세율도 추가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허리에 해당하는 중산층 가운데도 오랜 경기침체와 실업의 증가로 소득이 감소해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정부가 집값 오른 지역 때리기를 통해 다른 지역의 배 아픈 감정을 달래고 실정()에 대한 비난 여론을 무마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시장원리에 따라 수요가 많은 중대형 주택의 공급을 확대하는 등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대책을 추진하지 않고, 세금 정책에 매달리는 한 배 아픈 사람들을 줄일 수도, 부동산시장을 안정적으로 활성화할 수도 없다. 이미 지난 2년여의 경험이 이를 입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