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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해의 악수 가능할까

Posted June. 04, 2005 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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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가 된 것 아닙니까?

지난달 27일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서울 동작구 상도동 자택을 방문한 기자가 김 전 대통령에게 김대중(DJ) 전 대통령과의 화해 가능성을 물었다. 잠시 기자를 바라보던 그는 즉답은 피했다.

화제는 철도청(현 한국철도공사)의 러시아 유전개발 의혹사건 쪽으로 넘어갔다. 기자가 전대월() 씨의 사기극에 이광재() 의원이 농락당한 것 같다고 얘기했다. 곧바로 YS는 이름에 대자 들어간 사람치고 라는 뼈 있는 말로 답을 대신했다.

정치권 일각에서 DJ-YS의 화해를 추진하고 있다. 민족대통합을 위한 국회의원 연구모임은 615 남북정상회담 5주년을 맞아 15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DJ, YS 두 전직 대통령의 업적을 재평가하는 토론회를 개최한다. 이 모임 대표인 한나라당 정의화() 의원은 9월과 11월에 광주와 지리산에서 2, 3차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라며 토론회 내용을 책자로 만들어 DJ와 YS에게 각각 증정한 뒤 연말경 두 분이 만나 악수를 하는 이벤트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YS의 답에서 짐작이 가듯 DJ와 YS가 흔쾌하게 손을 맞잡는 모습을 보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만큼 양쪽의 냉랭한 기류는 여전하다. 특히 YS 쪽에서 DJ를 부르는 용어는 거짓말쟁이 독재자 사기꾼 등 독설() 일색이다. 반면 DJ 쪽은 YS의 독설에는 무반응이 상책이라는 듯 말을 아껴왔다.

두 사람을 모두 잘아는 한 인사는 DJ는 최후의 승자는 자신이라고 생각한다. 반면 YS는 나라를 망친 대통령이라는 이미지를 DJ가 악용해 왔다고 믿고 있다고 그 배경을 진단했다.

1997년 대통령선거에서 DJ가 당선된 직후 두 사람 사이에는 한때 화해의 실마리가 엿보였다. YS 측이 한나라당의 DJ 비자금 수사 요구를 묵살하고 대선 중립을 유지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 후 두 사람의 관계는 YS 주변 인사들에 대한 수사와 환란 청문회, YS의 차남 현철 씨 사면 문제가 겹치면서 회복 불능의 상태로 다시 꼬였다.

물론 그 근저에는 1970년 신민당 대통령후보 경선, 80년 서울의 봄, 87년 후보단일화협상 등 고비마다 건곤일척()의 승부를 펼쳐 온 두 사람의 원초적 적대의식도 깔려 있다.

지난달 17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화추진협의회(민추협) 창립 21주년 기념식에서 김상현() 민추협 이사장은 DJ와 YS가 대통령을 지냈지만 민주화 동지를 산산조각 낸 뒤 끝내 화합을 이뤄내지 못한 것은 너무나 부끄러운 일이다. 동교동계니 상도동계니 하며 두 사람을 갈라서게 만들었던 우리 모두가 도덕적 책임을 느껴야 한다며 아파했다.

이런 외침에도 불구하고 DJ, YS 양 진영은 도대체 뭘 화해해야 하느냐며 시큰둥한 반응이다. 그러나 시간이라는 변수가 80대(DJ)와 70대 후반(YS)으로 접어든 두 노정객의 화해에 극적인 계기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 아직은 정치권 일각의 희망 섞인 관측에 지나지 않지만.



김동철 eastphi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