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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외계인 아닌 애국자

Posted May. 28, 2005 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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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밤 11시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동서시장 내 전주식당.

방 3개짜리 가정집이 딸려 있는 식당에 들어서자마자 아이들 웃음소리, 울음소리, 떠드는 소리로 시끌벅적했다. 여느 집 같으면 잠잘 준비로 조용할 이 시간이 부부에게는 가장 바쁜 때다.

식당 정리하고, 어린애들 씻기고, 초등학교 다니는 애들 준비물 챙겨 주다 보면 오전 12시는 훌쩍 넘어가요. 그나마 큰아들과 큰딸이 도와줘 예전보다는 조금 수월해졌어요.

장남 경한(18) 군과 1월 돌잔치를 한 막내 똘똘이 사이에 보라(17) 지나(14) 진환(12) 석우(10) 휘호(9) 세빈(8) 다윗(7) 세미(5) 소라(4)가 있다. 이름을 짓지 못해 출생신고를 못한 똘똘이를 포함해 아들 여섯, 딸 다섯이다. 이들은 1987년 22살 때 결혼했다.

한두 명 키울 때는 교과서처럼 키우려고 해서 힘들었어요. 11명을 낳아서 기르다 보니 애들 교육에 대한 저만의 노하우도 생겼고 포기할 건 포기하게 되니 오히려 덜 힘듭니다.

부부 모두 기독교 신자지만 종교적 신념 때문에 아이를 많이 낳은 것은 아니다. 이 씨는 친정 부모님을 포함해 주변에서는 그만 낳으라고 했지만 누구보다 잘 키울 자신이 있어서 모두 낳았다고 말했다.

고된 식당일을 하면서 자신들을 키우는 부모의 마음을 알아서인지 11명의 아이들 모두 밝고 건강하게 자랐다. 여섯째 휘호가 발달장애 증세를 보이고 있지만 다행히 점차 호전되고 있다. 부부는 휘호가 특수학교가 아닌 일반학교에 다닐 수 있을 정도로 좋아진 건 전적으로 많은 형제들의 도움 때문이라고 믿고 있다.

형제가 없거나 1, 2명인 가정에서는 발달장애 아이가 쉽게 좋아지지 않아요. 가족 모두 휘호에게 한마디씩만 해도 열두 마디잖아요. 누구와도 말을 하지 않던 아이가 많은 가족과 함께 지내다 보니 서서히 마음을 열게 된 거죠.

남 씨는 아내를 도와 식당일은 물론 집안일, 아이들 목욕까지 도맡아 하는 자상한 남편. 그는 가족끼리 나들이 한번 같이 못 갈 때, 아이들이 많다는 이유로 세()를 주지 않으려고 할 때 종종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며 하지만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와 아빠라고 부르며 재롱을 떨면 그런 생각은 어느새 사라진다고 말했다.

27일 남 씨 가족은 특별한 외출을 했다. 서울시에서 자녀 5명 이상인 다둥이 가족 36가구를 초청해 가족 이야기를 듣는 행사를 마련한 것. 남 씨는 식당일을 하는 아내와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2명을 빼고 9명의 자녀와 이 자리에 참석했다.

남 씨는 11명의 아이들을 두었다고 하면 외계인 취급을 받았는데 요즘 같은 저출산시대에는 외계인이 아닌 애국자가 된 기분이라며 앞으로 교육비가 걱정인데 다둥이 가족에 대해 미래에 투자한다는 생각으로 더 지원을 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해 많은 박수를 받았다.



신수정 cryst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