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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가족, 희망 여행을 떠나다

Posted May. 06, 2005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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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신적으로 가족을 뒷받침했던 아내 레베카(가명)가 졸지에 이혼을 통보했다. 그녀는 중년의 나이에 레즈비언임을 깨닫고 새로운 여자 애인을 찾아 1600나 떨어진 곳으로 가버렸다. 사춘기의 아들 콜리아와 아홉 살 된 딸 조, 그리고 40대 중반의 저자를 남겨 두고.

저자는 이제 어떻게 할까. 그는 때로는 살기마저 느껴지는 분노에 휩싸이면서도 레베카가 없어도 삶이 유지될 수 있을까라고 자문한다. 아내가 그 나이에 성적() 정체성을 찾아 가족을 버렸다는 사실조차 납득하기 어렵다. 아이들도 엄마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저자가 의지했던 형도 유방암에 걸려 세상을 떠났다(남자도 유방암에 걸릴 수 있다).

겹쳐 온 불행. 저자는 아이들과 5개월간의 생태 여행을 떠나기로 한다. 여행은 자신과 가족을 추스르기 위한 희망의 여정이다. 저자는 나는 아이들을 알고 아이들은 나를 아는 기회가 필요했다며 여행을 통해 마음 깊은 곳에 자리 잡은 상처를 서로 어루만져 주기를 바랐다.

여정은 인도네시아 베트남 호주 싱가포르 태국 네팔 등으로 이어진다. 그곳에서 이들은 희귀 짐승들과 진귀한 경험을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독자들이 부러워할 만한 것은 이들이 서로의 가슴을 따뜻하게 비빌 수 있는 이해의 과정이다.

딸 조는 여행 도중 아버지에게 자식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지금과 다른 존재이길 바란다고 비난한다. 조는 입 닥쳐 너는 엉덩이가 뚱뚱한 돼지 등 아버지가 자신에게 했던 나쁜 말들을 모조리 적어놓고 있다. 아버지는 비로소 딸에게 눈을 뜨기 시작했다.

사춘기의 아들 콜리아가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섹스 판타지에 열광하고, 관심 있는 주제에 뚜렷한 자기 의견을 밝히는 성격이라는 점도 저자는 여행을 통해 알게 됐다. 콜리아는 또 엄마가 언제 그 여인과 처음 관계를 맺었는지 등을 아빠에게 물어왔다.

저자는 이런 과정을 통해 우리는 간헐적으로 서로의 상처를 핥아주었고 힘 닿는 데까지 서로 보듬었다고 말했다.

이들 가족 여정의 하이라이트는 원숭이 춤(Monkey Dancing). 이 말은 이 책(2003년 출간)의 원제이기도 하다. 이들은 호주의 한 섬에서 야영하던 중 해변에서 원시 상태로 되돌아간다. 밤하늘의 별빛 아래 이들은 옷을 벗어 던지고 야생의 원숭이 흉내를 내며 격렬하게 춤추기 시작했다.

저자는 조금씩 속도를 내면서 마음속에 든 욕심을 가능한 한 많이 비워내고 정신적 억압을 풀어냈다며 우리는 지구를 돌면서 원숭이 춤을 추고 있었다고 말했다. 원숭이 춤은 여행을 통한 해방과 새로운 삶을 찾기 위한 몸부림이었던 것이다.

저자는 아이들과의 여행기록 외에도 똥누기 수영(강물에 몸을 담그고 똥을 누는 것) 등 형에 대한 추억과 신혼여행 등에서 아내와 함께 겪은 일화들을 서로 교차해 떠올리면서 가족 간의 강력한 유대를 되새김질한다.

저자는 뉴스위크의 워싱턴 특파원을 지낸 저널리스트다. 이 책은 여행과 추억, 관찰과 기억의 팩트들로 촘촘하게 엮어져 실감을 자아낸다. 지구 생태에 대한 상식과 구체적 묘사를 통해 인간에 의한 환경의 위기도 곳곳에서 고발하고 있다. 다만 번역판 제목 불량 가족은 국내 드라마에서 따온 듯하지만 이들 가족의 사랑에 비해 지나치게 자극적이다.



허 엽 h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