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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담 포기 카드 처음 내비쳐

Posted April. 25, 2005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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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 문제에 대한 정부의 접근 방식이 차츰 변하고 있다. 한마디로 6자회담이 불발될 경우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그동안 정부는 평화적이고 대화를 통한 해결 원칙을 강조하며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외교적 노력에 치중해 왔다. 그러나 25일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와 송민순() 외교통상부 차관보, 반기문() 외교부 장관 간의 연쇄회담에서는 북한이 6자회담에 끝내 나오지 않을 경우의 대책도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기류 변화는 북한의 영변 5MW 원자로 가동 중단 미국의 북핵 문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부 경고 북한 핵실험 준비설 등 최근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북핵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힐 차관보는 23일 방한 일성()으로 6자회담 이외의 전향적인 방안을 찾을 수 있도록 대화해보겠다고 말했다.

25일 힐 차관보와 송 차관보의 회담에서 6자회담 불발 이후 한미가 취할 로드맵이 테이블에 올랐다면 이는 정부가 그만큼 현 상황을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날 정부 당국자가 6자회담 재개를 위해 기울인 각국의 노력을 조만간 평가해 회담 성사 전망이 밝은지를 판단하겠다고 밝힌 것은 경우에 따라서는 6자회담의 틀을 포기하는 결정을 내릴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그동안 정부가 6자회담을 마냥 기다릴 수는 없다는 입장을 취한 것은 여러 차례 있었지만 정부 당국자가 6자회담 재개의 시한이 임박했음을 시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북한에 대해 핵 문제를 외교적으로 풀 수 있는 기회가 얼마 남지 않았으니 현실적으로 국면을 판단해 조속히 6자회담에 복귀하도록 압력을 넣는 최후 통첩성 메시지로 해석된다.

이와 함께 북핵 문제에 대한 미국의 인내심이 점차 사라져 가는 상황에서 미국에 더 이상 6자회담만을 해법으로 내세우기 어려워진 측면을 감안한 행보일 수도 있다.

다만 정부 당국자가 6자회담 이외의 방안이 곧바로 압박이나 제재로 해석되는 것을 애써 부인하고 외교적인 다른 노력도 있다고 강조한 것은 북한을 자극하지 않고 회담장에 끌어들이려는 마지막 노력으로 풀이된다.

물론 한미가 6자회담 이외의 대책을 모색하기 시작했다고 해서 당장 6자회담 무용론이 공식화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북한이 끝내 6자회담을 거부할 경우 한미를 포함한 6자회담의 다른 참가국들은 결국 다른 방식의 해결책을 찾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6자회담은 이제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서고 있다.



윤종구 jkm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