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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염홍철 시장

Posted April. 21, 2005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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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을 옮기는 사람을 보면 늘 표정이 비장하다. 빼놓지 않고 국가와 지역의 발전을 입에 올린다. 고뇌에 찬 결단이라나, 뭐라나. 우리 정치사에서 녹화필름처럼 봐온 풍경이다. 그제 염홍철 대전시장의 열린우리당 입당 모습도 그 공식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그는 지역발전이라는 대명제는 그 어떤 명제보다도 우선이라고 입당의 변을 밝혔다. 문희상 열린우리당 의장은 무척 어려운 결단이었을 것이라며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라고 화답했다.

염 시장이 한나라당에서 여당으로 옮길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아무리 씹어 봐도 행정도시를 이용해 개인의 정치적 이익을 챙기려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실제로 충청권 정서는 한나라당에 부정적이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재선되기 위해서는 열린우리당 간판이 유리할 것이다. 하지만 정치인이 당적을 변경하는 것은 그동안의 정치행위의 명분과 논거를 뒤엎는 자기부정이다. 또 개인이 아니라 소속정당을 보고 지지한 유권자를 배신하는 일이다.

염 시장은 정치권의 2005년판 철새로 자신을 등록했다. 야당은 충절의 고장 충청도가 철새도래지로 변했다는 등의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여당 안에서도 옛 여권()과 한나라당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 열린우리당의 정체성과 맞겠느냐 열린우리당이 여당 간판이 필요해서 넘어온 정치 철새의 놀이터냐는 소리가 나온다.

염 시장은 교수시절 종속이론을 가르친 사람이다. 그는 선진국 등 중심부 국가와 개발도상국 등 주변부 국가 간의 종속피종속 관계를 집중적으로 연구했다고 한다. 제3세계와 종속이론 종속과 발전의 정치경제학 등의 저서도 있다. 개인의 영달을 위해 양지()만 찾아다니는 사람은 구태()정치에 종속된 주변부 정치인이라 할 것이다. 그나저나 선거가 눈앞에 어른거릴 때만 되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철새 정치인을 우리 국민은 언제까지 지켜봐야 할는지.

송 영 언 논설위원 young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