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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906억 날아갔다

Posted March. 22, 2005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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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검 집행2과 소속 수사관 3명은 14일 급히 대구로 갔다. 벌금 5억5000만 원을 내지 않고 2년 2개월째 도피 중인 문모 씨가 대구시내의 한 아파트에 있다는 첩보를 입수한 직후였다.

수사관들은 아파트 주변에서 30시간 잠복근무 끝에 아파트 주차장에서 문 씨를 검거하는데 성공했다. 문 씨는 오락기를 밀수해 판매하다 적발돼 벌금 5억5000만 원을 선고받았지만 내지 않고 잠적했다.

문 씨는 재산을 부인 명의로 돌려놓은 뒤 위장 이혼을 통해 벌금 추징을 피해 왔다.

문 씨를 검거한 뒤 수사관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10개월만 더 지나면 문 씨에게서 벌금을 거두는 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경미한 범죄를 위반하거나 경제사범, 법인(회사) 등에 주로 선고되는 벌금형은 선고 후 3년이 지나면 형의 시효가 완성돼 벌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물론 벌금을 내지 않다가 붙잡히면 노역장에 유치돼 벌금 액수를 일당으로 나눈 기간만큼 몸으로 때워야 하지만 그 기간도 최장 3년을 넘지 않는다.

벌금형의 이 같은 허점 때문에 3년 시효가 지나 소멸된 벌금 건수가 지난해 2만1415건에 이르렀다. 소멸된 벌금 액수는 906억7800만 원. 2002년 642억 원에서 2003년 332억 원으로 줄었다가 지난해 대폭 늘어난 것.

3월 현재 벌금 10억 원 이상을 미납한 사람은 60여 명에 이른다.

법인의 경우 노역장 유치도 할 수 없어 벌금을 걷기가 더 힘들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벌금형은 현대사회에서 금전적 이윤을 추구하는 범죄가 늘어나면서 이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형벌제도로 인식된다. 그러나 선고된 벌금이 제대로 납부되지 않으면 벌금형은 형벌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게 된다.

연세대 법학과 전지연() 교수는 징역형에 부가되는 추징과 달리 벌금형은 주형()이기 때문에 법 집행이 더 철저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벌금을 내지 않고 도망 다니는 사람들을 잡으러 다니는 일선 검찰청 집행과는 검찰 직원들 사이에 대표적인 기피 부서가 되고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은 벌금형 집행 성과가 좋은 직원들에게 일종의 성과급을 주기 위해 기획예산처와 협의 중이다.



황진영 bud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