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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외상 담화 내용

Posted March. 18, 2005 22:35,   

日本語

한국의 역사 청산 요구와 관련해 17일 발표된 일본 외상의 담화는 크게 보아 일본의 종래 주장을 되풀이한 데 그친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 측의 역사 문제 제기에 대한 일본의 대응이 미온적인 수준을 넘지 못한다는 점이 명백해진 셈이다. 한일 관계에 드리워진 대치 국면은 따라서 당분간 쉽사리 해결점을 찾기 어렵게 됐다.

국내용 담화=일본 정부 담화를 관통하고 있는 기조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우리는 아무 것도 달라질 게 없으니 앞으로 어떤 정책 변화도 기대 말라는 일종의 대응 사절 입장 표명이라고 할 수 있다.

18일 오전 호소다 히로유키() 관방장관은 각료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외상이 보고한 내용은 어제 저녁 저쪽(한국) 성명에 대한 일본 측 생각을 정리해 발표한 것이라고만 말했을 뿐 더 이상의 보충설명은 없었다.

한 외교 소식통은 담화에 대해 일본 정부가 일본국민을 향해 영토 문제는 절대 양보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 외에는 없다며 일본 국내용 발언으로 평가했다.

일본 외무성은 18일 오후 외무성에서 주일 한국특파원을 상대로 담화에 관한 배경설명을 하면서 한국 측 성명에 대해 당일 외상담화를 발표한 것은 일본 측이 이번 사태를 그만큼 무겁게 받아들인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외무성은 또 이날 오전 각의에서 외상이 각료들에게 담화의 취지에 맞춰 미래지향적으로 대처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독도문제나 역사교과서 문제 등에서 한국을 자극할 만한 발언을 자제해 달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맹탕 담화=담화는 서두 절반가량을 최근 한일 관계의 개선 상황, 북한 핵문제 등에 대비한 양국 공조와 우호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내용으로 채웠다.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사태의 본질에 대한 설명이라기보다 사태를 외면하는 태도 표명이라고도 할 수 있다.

담화는 이어 과거사 반성 재산 청구권 유골 조사 및 반환 독도 역사 왜곡 교과서 문제 등을 거론하고 있지만 과거에 비해 진전된 내용은 없이 단순 되풀이에 불과했다.

독도 문제에 대해서 한국이 1905년 독도 편입을 식민지 침탈의 시작으로 보고 있는데 대해 일본은 예전부터 양국의 입장차가 있어라는 말로 일본의 독도 편입 정당성을 확실히 하고 있다.

또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우리나라는 아시아 여러 나라의 사람들에게 다대한 손해와 고통을 준 역사의 사실 운운 하는 대목도 1995년 8월 15일 무라야마 도미이치() 총리의 담화 내용을 그대로 가져 온 것이다.

담화는 배상 문제와 관련해서도 한일기본조약을 통해 완결됐다는 기존 견해를 강조함으로써 한일수교 당시 거론되지 않았던 일본군 위안부, 원폭 피해자 등 문제를 재론하자는 한국 측을 철저히 무시했다.

역사 교과서 검정 문제에 대해서도 일제 침략을 당했던 아시아 국가를 배려한다는 이른바 근린제국 조항조차 거론하지 않았다.



조헌주 hans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