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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대통령 자서전

Posted February. 27, 2005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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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자서전 마이 라이프(My Life)가 여러모로 화제다. 자서전 판촉을 위해 전직 미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하기는 이번이 처음일 것이다. 천문학적인 계약금, 1000여 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 출판되자마자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것 등 여느 대통령의 자서전과도 크게 다르다. 현재 미 상원의원으로 활약하고 있는 부인 힐러리 로댐 클린턴 의원도 베스트셀러 자서전을 냈다. 퇴임 대통령 부부가 함께 자서전을 펴낸 보기 드문 예다.

유복자로서 아버지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으로 시작하는 마이 라이프에서 클린턴 전 대통령은 아들, 대학생, 주지사, 대통령, 그리고 한 가정의 아버지로서의 삶을 진솔하게 표현한다. 마틴 루서 킹 목사와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이 우상이었던 젊은 시절, 아칸소 주의 작은 마을에서 정치를 시작해 미국의 지도자가 되는 인간 승리의 정치역정, 대통령 사임 압력으로 이어졌던 모니카 르윈스키 씨와의 치욕적인 스캔들에서의 인간적 고뇌를 이 책은 적나라하게 담아내고 있다.

미국 대통령들의 자서전 쓰기는 보편적 현상이다. 대부분의 대통령이 적어도 한두 권의 자서전을 남긴다. 그중에서도 임기를 마치지는 못했으나 매우 지적인 대통령이었던 리처드 닉슨의 주옥같은 자서전들과 저서, 짧지만 드라마틱한 생애를 살아 전설이 된 케네디 전 대통령의 자서전, 또 다른 미국의 전설이 된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자서전과 전기 등은 정말로 개인과 시대를 알게 해주는 명저들이다.

자서전 판촉을 위한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한을 상업주의로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보다는 부럽다는 생각이 앞선다. 어떤 이유에서든 자서전을 남기기 어려운 우리의 척박한 풍토에서 보면 그것은 정녕 남의 나라 얘기다. 자서전은 지나간 역사를 살아 숨쉬게 하는 기능이 있다. 우리에게도 대통령의 베스트셀러 자서전을 보면서 역사를 건강하게 음미하는 날이 언제쯤 올까?

현인택 객원논설위원고려대 교수국제정치학

ithyun@ch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