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오피니언]봉급 저축

Posted February. 25, 2005 22:56,   

日本語

서울역 노숙자 A 씨는 일요일 새벽이면 전철을 타고 경기 광명시로 간다. 그곳의 한 교회 주일예배에 참석해 한 시간 동안 앉아 있으면 1000원을 받는다. 오후 3시까지 교회 세 곳에서 신자 행세를 하면 5000원이 생긴다(22일 KBS 2TV 추적 60분). 라면 값을 주는 서울 마포구의 한 교회에도 매주 토요일 노숙자들이 줄을 선다. 교회에는 이웃사랑이지만 노숙자들에게는 생명줄을 잡으려는 몸부림이다.

가난한 사람들의 뉴스는 끝이 없다. 노숙자뿐 아니라 서민들의 삶에도 여전히 칼바람이 몰아친다. 전국 10가구 중 3가구가 지난해 수입보다 지출이 많았다고 한다. 소득수준 하위 30% 중에서는 52.7%의 가구가 적자였다. 이들에게 세월의 흐름은 쌓이는 빚만큼의 고통일 것이다. 양극화도 점점 심해져 전국 가구 상위 20%의 소득이 하위 20% 소득의 7.35배로 늘어났다.

부자들의 뉴스도 끝이 없다. 엊그제 고위 공직자의 재산이 공개돼 부자들의 실상이 또 드러났다. 1급 이상 공직자 87명이 1년 새 재산을 1억 원 이상 늘렸다. 봉급 저축을 억대 재산 증식의 비결로 꼽은 고위 공직자가 9명이나 된다. 노무현 대통령도 연봉의 대부분인 1억6100만 원을 저축했던 2003년보다는 못하지만 지난해에도 봉급 가운데 3800여만 원을 저축했다고 신고했다.

요즘 지하철역에는 전 재산의 절반인 27조 원을 사회복지를 위해 기부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사 회장의 미담을 소개하는 글이 붙어있다. 게이츠 회장이 부인의 권유로 불우한 사람들에게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는 사연을 읽고 노숙자들이 가슴을 적실지. 자신들이 낸 세금으로 봉급을 받는 공직자들이 차곡차곡 거금을 쌓아가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적자에 허덕이는 가난한 납세자들은 절약이 미덕이라는 생각을 할지. 4700만 명이 같은 하늘 아래 한국인으로 살지만 삶의 모습은 이렇게 천차만별이다. 인간은 평등하다는 말은 고상하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진실은 아닌 것 같다.

방 형 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