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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친위대

Posted January. 19, 2005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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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건왕조의 절대 제왕과 군주는 자신을 보위할 막강한 친위대()를 두었다. 장이머우 감독이 영화 영웅에서 그린 것처럼 진시황은 자신의 앞 100보 이내에 부하들의 접근을 허락하지 않았다고 한다. 특별한 공()이 있는 사람에 한해서만 50보, 10보 앞 접근을 허락했다고 야사()는 전한다. 황제에 대한 근접은 극소수 친위대에 국한됐다. 당()명()대에는 황제의 몸종인 환관()들이 최고의 친위대였다.

현대에도 친위대의 전통은 남아 있다. 히틀러의 SS(Schutzstaffel)와 마오쩌둥()의 홍위병() 같은 집단이다. 아리안민족 우월주의에 사로잡힌 SS는 아우슈비츠에서 유대인 600만 명을 학살했고, 천둥벌거숭이나 다름없던 홍위병들은 개량주의자 숙청과 전통문화 파괴를 자행했다. 절대권력자의 사병()인 친위대는 별도의 복장을 하거나 완장을 찬 경우가 많았고, 계급과 수에 상관없이 공조직을 압도했다. 친위대에는 주류() 아닌 불만 세력이 집결한 경우가 많았다.

한국 정치사에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사조직 형태의 친위대가 부침()했다. 노태우 정권의 월계수회, 김영삼 정권의 민주산악회와 나라사랑운동실천본부, 김대중 정권의 새시대새정치연합청년회 등이다. 한 정권의 황태자로 불린 인사가 한밤중 룸살롱에서 고위 정보기관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가기밀을 마구 떠벌리고, 장관과 장군이 소통령에게 머리를 조아리던 시대도 있었다. 정권이 바뀌면 친위대는 반드시 토사구팽()된다.

노무현 정권의 친위대는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이다. 최근 노사모가 열린우리당의 당권 접수를 선언했다. 대통령의 심중이야 헤아릴 길이 없으나 청와대 참모들이 행동대장격인 인사를 가리켜 수염이나 좀 깎고 다녔으면 좋겠다며 불편한 심기를 표명했다고 한다. 노사모는 2000년 413총선 당시 부산에서 출마했다 낙선한 바보 노무현의 자발적 순수 팬클럽이었을 때가 가장 아름다웠던 것 같다.

오 명 철 논설위원 osc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