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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반김정일 동영상

Posted January. 18, 2005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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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야, 어디. 남성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린 뒤 카메라는 건물 내부를 비춘다. 벽에 김정일 타도하라! 인민들이여, 모두 일어나 독재정권 몰아내자. 자유청년동지회라고 쓰인 격문이 보인다. 화면이 바뀌어 교각() 밑. 우리는 언제까지 굶고 헐벗으며 죽어야 하는가. 우리를 어디로 끌고 가는 것이냐. 인민들이여, 싸워서 자유민주 되찾자라는 글자가 비춰진다. 역시 자유청년동지회 명의로 돼 있다.

엊그제 인터넷에 공개된 35분짜리 반()김정일 동영상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한 노골적인 비판과 저항을 촉구하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여기에 등장하는 자유청년동지회는 이른바 북한 내부에서 자생했다는 반체제 조직. 동영상을 입수한 시민단체 쪽에선 이 단체가 실재하며 이들을 위한 지원 프로젝트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 관계자들은 이런 주장에 대해 신빙성을 두지 않는 눈치다. 동영상은 중국 내 탈북자들로 구성된 반북() 단체가 제작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렇듯 북한을 보는 시각은 극명하게 갈린다. 한 쪽에선 북한체제의 이완() 현상이 이제 한계에 달했다고 진단한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외부세계에 대한 정보가 꾸준히 북한으로 유입됐고 이에 비해 전혀 나아지지 않는 현실은 민심 이반을 폭발 직전까지 키웠다는 것이다. 반면 북한체제는 여전히 튼튼하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대통령을 위시한 정부가 그런 주장을 펴고 있다.

북한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는 사실 누구도 정확히 알 수 없는 일이다. 북한체제가 어느 날 갑자기 무너질 수도 있고 개과천선()한 북한 지도부가 성공적인 개혁개방을 이끌 수도 있다. 그렇다면 현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모든 가능성에 철저하게 대비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존 K 갤브레이스, 폴 새뮤얼슨, 레스터 서로 등 1980년대 미국 최고의 경제학자들이 구()소련의 붕괴를 막판까지 예측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정부 관계자들은 돌이켜볼 일이다.

송 문 홍 논설위원 songm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