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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팬택 역사 모델

Posted December. 14, 2004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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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덕규 팬택 노조위원장은 지난 3개월 동안 자사 제품 휴대전화 판촉 활동을 다니며 경기 침체의 깊은 골을 체험할 수 있었다. 2000명 종업원 사업장에서 3일 동안 홍보를 했는데도 휴대전화가 22대밖에 팔리지 않았다. 그것도 대부분 저가품이었다. 그는 돌아와서 조합원들과 토론을 거듭했다. 동종 업계의 삼성전자와 LG정보통신 같은 대기업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기술개발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조합원들을 설득해 회사가 신규 기술개발에 투자할 수 있도록 임금을 스스로 동결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팬택의 평균 연봉은 2000만 원가량으로 높은 편은 아니다. 그러나 노조가 자발적으로 임금을 동결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듣고 박병엽 부회장이 그러한 정신으로 생산성 및 품질 향상을 위해 노력해 달라며 임원 임금은 동결하는 대신에 일반 사원의 임금은 10% 인상하는 결정을 내렸다. 평균 연봉 5000만 원이 넘는 대기업에서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인 것에 비교하면 얼마나 아름다운가. 조합원이 한마음으로 임금 동결 결의를 하는 것은 투쟁을 벌여 두 자릿수 인상을 따내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다.

강성 노동운동을 주도하는 쪽에서는 노사협조주의자라는 말을 어용()과 비슷한 의미로 사용한다. 회사 제품을 판촉하러 다니고 기술개발을 해야 한다고 528명 조합원들을 설득하는 노조위원장이 강성 노동운동 쪽에는 어용으로 비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노동자와 사용자는 기업이라는 한 배에 타고 있는 공동운명체다. 배가 폭풍우를 못 이겨 가라앉고 나면 노동자들은 누구를 상대로 무엇을 위해 싸울 것인가.

노동자들에게 줄 파이를 키우려면 기업이 성장 엔진을 가동해야 한다. 성장하려면 새로운 기술개발에 투자해야 한다. 기술개발을 위해 임금 동결을 제의한 박 위원장은 어용이 아니라 최고경영자(CEO)형 노조위원장이다. 바다에 거친 풍랑이 몰아치는 때일수록 선장과 조타수와 선원들이 한마음이 돼야 한다. 그래야 배를 구하고 날이 맑아지면 다시 항해를 계속할 수 있다.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노사가 서로를 이해하고 챙겨 주는 팬택의 노사 모델은 큰 감동을 안겨 준다.

황 호 택 논설위원 hthwang@donga.com